색과 선에 담은 깨달음…'우파니샤드'를 수놓다
고대 인도의 성전 '우파니샤드'는 스승에게 제자가 가까이 다가앉는다는 뜻이다. 1 대 1로 앉아 진지하게 주고받는 대화의 가르침이다. 우파니샤드의 주된 관심은 '나는 누구인가' '나의 의식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가' '물질 이상의 것이 있는가' 등 자아와 세상,우주의 원리,그들의 상호관계에 관한 것이다.

우파니샤드의 사상을 시각예술로 풀어낸 화가 이강욱 씨(35 · 사진)가 9~25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그는 "대우주의 본체인 브라흐마(梵)와 개인의 본질인 아트만(我)이 일체라고 하는 범아일여(梵我一如)의 우파니샤드 사상을 생물의 원초적 단위인 세포 형상으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홍익대 미대와 런던 첼시칼리지를 졸업한 이씨는 확대된 동식물의 세포 사진을 캔버스에 붙인 후 반투명 물감을 여러 번 칠해 희미하게 만들어 우주 공간처럼 표현해온 작가다. 2001년 '대한민국회화대전' 대상을 받았고,2007년 일본 도쿄 히노갤러리 개인전과 스페인 아르코아트페어에서 컬렉터들의 인기를 끌며 매진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NHK 뉴스 앵커 출신인 갤러리드탕 대표가 전시를 주선할 만큼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다.

그는 깨달음의 순간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세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인식하고 회화를 통해 이를 소통하고자 한다. 그는 우파니샤드를 시각화하려 애쓰는 이유에 대해 "인류 공통의 난제인 정신세계와 자아 추구의 문제에 대해 가장 깊숙이,오랫동안,많은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탐구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류사상사에서 우파니샤드의 등장은 실로 혁명적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인간이 시도해온 자아 추구의 노력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결과물이라 할 만하죠."

그는 현미경으로나 들여다볼 수 있는 세포 조직처럼 미세한 세계와 허블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우주 같은 거대한 세계를 아우르는 작업을 한다.

연필,색연필,펜으로 그린 드로잉은 구체적인 대상을 드러내지 않고 실타래처럼 반복되는 무수한 곡선들로 이뤄진다. 멀리 보이는 희미한 이미지와 그 위로 중첩되는 선의 율동,흩어지는 점,유리구슬 등이 어우러지면서 빛을 반사하는 화면은 공감각적인 조화를 이룬다. 자연의 프랙털(fractal ·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되는 모습)처럼 추상적이면서도 유기적인 형태가 흥미롭다.

그는 "정신세계와 자아의 문제 등을 화폭에 세밀하게 담아냄으로써 회화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근작 30여점을 내보인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