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4개사와 주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전국 어디서나 케이블 TV 황금채널인 15~18번을 통해 종편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는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종편의 황금채널 연번제(채널을 연이어 배치하는 것)는 SO의 고유권한인 편성권은 물론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여부까지 논란이 돼왔던 사안이다. 그런데도 종편 4사가 원하는 결과를 손쉽게 얻어낼 수 있었던 데는 종편사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무차별적인 압력 행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논란의 핵심에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있었다. 종편 사업을 놓고 끊임없이 특혜 시비를 만들어온 최 위원장은 최근 4대 SO 사장들을 방통위로 불러 협상 타결을 종용했다고 한다. 방통위는 이 사실이 알려지자 SO의 요청으로 이뤄진 면담이라고 해명했다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 위원장은 그동안에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SO들에게 종편의 채널 연번제를 받아들이라고 압박을 가해왔던 모양이다. 지난 9월 국회 국정감사 때는 "종편과 유선 사업자가 따로 협상하기보다 모여서 협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종편의 담합과 공동 행위를 유도하기도 했다. 종편 채널을 배정할 때 하나의 경쟁력 있는 벨트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한 국회의원의 친(親)종편성 발언에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며 맞장구까지 쳤다. 허가권자인 방통위원장이 종편의 공동협상과 채널 연번제를 이렇게 대놓고 지지하는데 SO들이 이를 거스를 방법은 없다.

종편이 무임승차하는 사이 해당 채널에서 생존의 몸부림을 치던 프로그램 방송사들은 다른 채널로 밀려나야 하고, 또 다른 군소 방송사들은 연쇄적으로 소멸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광고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부작용도 마찬가지다. 방통위가 종편 허가에 반드시 필요한 미디어렙법 제정을 국회에 미뤄놓고 나 몰라라 한 탓에 지상파 방송까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면서 시장은 벌써부터 황폐화하고 있다. 종편 출범을 앞두고 무리한 특혜성 지원책을 펴온 최 위원장은 나중에 책임도 끝까지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