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권업계 부동의 1위였던 노무라가 흔들리고 있다. 노무라홀딩스 분기 순이익은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주가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다른 일본 증권사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인수로 해외 부문 매출 비중이 커져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저주'란 성급한 분석까지 나온다. 최근에는 '매각설'까지 나왔다. 노무라는 펄쩍 뛰지만 사려는 쪽은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 노무라를 먹는 쪽이 일본 금융권력 재편의 핵으로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노무라 사겠다"

매각설 노무라의 추락…'리먼의 저주'인가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최근호에서 "노무라홀딩스를 인수하기 위한 탐색전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미즈호 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등 일본 3대 은행이 인수 의사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미즈호은행 임원은 다이아몬드와의 인터뷰에서 "주식교환 형식 등을 통해 노무라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UFJ 관계자도 "증권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노무라 인수를 장기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노무라 측은 매각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노무라의 어려운 상황,은행들의 증권업 강화 움직임 등을 볼 때 여전히 인수 · 합병(M&A)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무라 매각설이 나오는 표면적인 이유는 주가 추락이다. 입맛을 다실 만한 수준으로 몸값이 내려간 것이다. 노무라홀딩스 주가는 상장 이후 줄곧 일본 증권업계 1위를 달렸다. 그러나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급격히 힘이 빠졌다. 2007년 주당 2000엔대 안팎이던 주가는 다음해 500엔대로 떨어졌고 올 들어서는 300엔대 언저리로 낮아졌다. 지난 9월6일에는 주당 300엔 선이 무너지면서 2위였던 다이와증권에 추월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두 회사가 상장된 이후 주가가 역전된 것은 처음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저주?

노무라가 리먼브러더스를 끌어안고 끙끙대고 있는 것도 매각설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결국 손을 놓고 만세를 부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무라는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한 이후 실적이 나빠졌다. 2010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에 678억엔이던 순이익은 다음해 287억엔으로 쪼그라들었다. 올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목표치는 작년보다 더 적은 270억엔으로 잡았다. 그러나 이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노무라홀딩스는 올 7~9월에 461억엔의 적자를 냈다. 분기 적자는 2009년 2분기 이후 2년 만이다.

리먼 인수를 통한 해외사업 확대라는 노무라의 전략은 초기부터 차질을 빚었다. 미국 연방주택금융국은 노무라를 상대로 모기지담보증권 소송을 제기했다. 노무라는 리먼을 대신해 상당한 금액을 보상금으로 냈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는 노무라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노무라는 불황기에 싼값에 리먼을 사 몸집을 키워놓으면 호황기에 그 수확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리먼은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인수 후 고용했던 1000여명의 인원은 이제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최근 12억달러의 비용을 삭감하겠다는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국계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다른 유럽 금융회사들에 비해 구조조정 강도가 약하다"며 "노무라는 여전히 리먼브러더스를 통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유지에 미련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노무라의 계획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깔려 있는 분석이다.

김희경 기자/도쿄=안재석 특파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