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코스피지수는 그리스발(發) 악재로 급락 출발했으나 기관과 개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소폭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그리스 정부가 지난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그리스 2차지원안 시행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밝힌 점이 유럽 재정위기를 키웠다. 유럽연합은 1차 구제금융 중 6차분 80억 유로를 그리스의 국민투표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추가 경기 부양책 기대와 저가매수세에 힘입어 3일 만에 상승,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실업률이 너무 높고 경제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할 경우 초저금리 기조를 2013년 중반 이후로 연장하거나 모기지담보증권(MBS) 추가 매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또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3.7%에서 2.5~2.9%로 낮췄다.
다만 미국의 경기부양책 기대감이 국내 증시에 대형 호재로 작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은 분명 호재” 라면서도 “이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 증시를 크게 상승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미국의 3분기 GDP성장률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는 등 경기가 크게 나쁜 상황이 아니라서 대규모 부양정책이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밤 유로화 대비 달러화도 크게 반등하지는 못해 미국 증시 상승은 최근 이틀 연속 급락한 데 따른 되돌림 현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증시는 그리스 악재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어 반등폭도 적을 것이란 설명이다.
전날 증시를 끌어내렸던 그리스 국민투표 사태는 무난히 해결될 것이란 기대로 증시 변동성이 줄어들 가능성은 커졌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정부의 국민투표 제안이 대내적, 대외적인 협상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내적으로는 긴축정책에 따른 반발을 잠재우고, 대외적으로는 추가적인 채무 탕감과 상환 유예 등을 이끌어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4일에 열리는 재신임 표결에서 그리스 사회당의 재신임이 통과된 이후 스스로 국민투표를 철회하거나 국민투표가 무산되는 경우 실제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구제금융안을 승인하는 경우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그리스 국민투표로 주식시장은 당분간 변동성 장세를 쉽게 벗어나기 힘들 것” 이라면서도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유로존 위기 해결을 위한 더욱 과감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향후 주요국의 입장이 우호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1870선이 코스피지수의 1차 지지선이라면 1950선이 고점” 이라며 “1880선에서 지지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고점인 1950선의 저항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