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신상품 주도해온 '개발 名家'…탄탄한 영업망 강점
대한생명은 1946년 설립된 국내 최초 생명보험회사다. 이후 보험상품 개발 명가(名家)라는 업계 평가에 걸맞게 소비자 요구와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업계의 상품 트렌드를 줄곧 선도해왔다. 대한생명은 국내 최초로 교육보험과 암보험을 개발해 시장에 소개했고, 교직원 연금보험 변액 치명적질병(CI)보험 옵션연계형 연금보험 등 신상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리드했다.

1997년 말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공적자금 투입 등 큰 위기를 맞았지만 탄탄한 영업조직을 바탕으로 내부 역량을 다지는 데 주력했고, 결국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2002년 한화그룹에 편입된 후 2005년에는 수입보험료 규모를 10조원으로 끌어올리며 성장성에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에는 총자산 50조원을 돌파하며 생명보험업계 2위 자리를 굳혔다.

최근에는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생명은 2003년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3월 일본 도쿄, 8월 미국 뉴욕, 2009년 3월 베트남 하노이에 이르기까지 잇달아 글로벌 거점을 마련했다.

이 중 2009년 영업을 개시한 베트남 법인은 국내 생보사 최초로 베트남 현지에서 양로보험과 교육보험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안정적인 조직 확보와 높은 계약 실적을 배경으로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영업개시 2년 만에 신계약 건수 2만건을 돌파했고, 신계약 보험료 규모도 535만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2.3%를 차지했다. 이는 베트남에서 앞서 영업을 개시한 대만계 케세이생명보험이나 싱가포르계 GE보험의 실적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양호한 실적에 힘입어 베트남 호찌민 2곳과 하노이 1곳 등 3곳에서 시작했던 영업점 수도 닥락지역 등 4개 지역 10개로 늘었다. 450명에 불과했던 설계사 수는 현재 4600명을 넘어섰다.

대한생명은 올해 생명보험업계 최초로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보험금 지급 능력에 대해 최고 등급인 ‘AAA’를 받았다. 보장성 상품과 금리연동형 상품의 비중 확대로 안정적인 보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과 대규모 영업망을 사업기반으로 확보한 점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2010회계연도 기준 대한생명의 총자산은 63조7200억원이다. 2002년 한화그룹에 인수될 당시 95%에 불과했던 지급여력비율은 276%로 비약적인 개선을 일궈냈다.

대한생명은 기업가치 제고와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성장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올 회계연도의 최고 과제로 삼고 있다. 수익성에 기반한 공시이율 운영과 유지비 부과 등 안정적 수익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안정적인 고수익 상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자산규모에 걸맞은 운용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당기순이익 증대와 EV(내재가치) 개선을 이뤄낸다는 방침이다. 영업부문에서는 조직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능률 신인설계사(FP)를 계속 확보해나가고 있다. 이 밖에 법인단체 등 핵심시장 외에도 2030세대 미래고객, VIP 유망고객 등 핵심 고객군을 선정해 차별화된 마케팅을 전개함으로써 고객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대한생명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대한생명의 순이익 규모는 2008년 830억원에서 2009년 4180억원, 2010년 481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보험회사 가치 산정에 핵심이 되는 자산총계의 경우 2008년 52조6000억원에서 2009년과 2010년 각각 59조원, 63조7000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이러한 증가세는 신규로 판매되는 보험계약 매출보다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계속보험료 효과와 경영효율성 개선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대한생명은 보험사의 경영효율을 측정하는 대부분의 지표에서 지속적인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계약유지율은 상승하고 있고, 설계사 정착률과 등록 설계사 수 역시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질적으로 수익성과 직결되는 지표들도 업계 내에서 차별화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생명의 수입보험료 (매출) 대비 실제사업비율은 2008년 18.6%에서 2010년 16.4%로 낮아졌다. 사업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을 덜 쓰면서 매출을 더 벌어들인다는 의미다. 가입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사고보험금 비율 역시 2008년 88.6%에서 지난해 84.8%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신규계약 판매보다 기존 사업부문의 효율성 증가에 따른 성장성이라는 점에서 향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기존 사업의 효율성 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효율성 제고와 함께 신규계약 판매 강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향후 생명보험사의 신성장동력은 기존 보험 영역보다 사회구조 변화에 기인한 신규 영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령화 사회 진입으로 인한 연금 수요 증가와 의료비 증가에 따른 건강 및 간병보험 수요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생명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해외 진출을 통한 신규시장 개척도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이 외에 건강검진 등 보험 외적인 서비스와 상품에 대한 기반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한생명은 이미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한 사업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설계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변액보험 위주의 연금상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건강보험 및 간병보험은 리스크를 고려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점진적인 성장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 대해서는 먼저 베트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해 향후 아시아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의료 헬스케어 등 비금융 보험 분야에 대한 신규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승현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