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진퇴양난'…일감 없어 260명 또 휴직, 정치권은 "해고자 복직" 압박
한진중공업이 유급 순환 휴업에 들어간다. 수주 가뭄으로 일감이 떨어져서다. 기존 직원들마저 일감이 없어 쉬게 되면서 정리해고자들을 1년 내에 복직시키라는 정치권의 압박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14일께 근로자 260여명에게 유급휴업을 통보할 예정이다. 향후 수주 가뭄이 해결되지 않으면 400여명까지 휴업 대상자를 늘릴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이 순환 휴업에 나선 것은 2008년 9월 이후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한 탓이다. 부산 영도조선소의 경쟁력 약화로 선박 수주량이 급감했다. 영도조선소 부지는 26만4462㎡ 정도로 830만㎡의 부지를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 등과 비교가 안될 만큼 규모가 작다. 도크 길이 역시 300m에 불과해 최대 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밖에 건조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영도조선소가 2008년 8월 마지막으로 수주한 11만t급 탱커선 2척은 이달 말이면 마무리 작업이 끝나 선주에게 인도된다. 현장 직원들이 이달 말부터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주 잔량이 줄면서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조선부문 매출은 2008년 2조원에서 2009년 1조6000억원,2010년 1조1000억원,2011년 상반기 6900억원으로 줄곧 감소세다. 올 하반기 매출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을 밑돌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노사 불안으로 인해 신규 수주 역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7월 건조 의향서를 체결했던 4700TEU급 컨테이너선 4척도 아직 본계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주사 측이 노사 문제를 이유로 본계약 체결을 꺼리고 있어서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 수주를 한다 해도 자재 구매와 설계 등 선행 공정을 거쳐 건조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최소 10개월 정도는 조선소를 가동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영도조선소 정상 가동을 위한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치권의 압력에 따라 앞으로 정리해고 근로자들을 재취업시키면 한진중공업 경영부실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남호 회장은 정치 논리에 밀려 정리해고자 94명을 1년 이내에 다시 고용하고 그동안 2000만원 한도로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권고안을 수용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영도조선소의 일감이 바닥나 남아 있는 직원들마저 휴업을 하는 판에 정리해고자 복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리해고자 복직 시점이 1년 후인데,그 때도 일감이 없으면 복직과 동시에 모두 휴직 상태가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희망버스기획단은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부산에서 '제6차 정리해고 반대 시위버스'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고자 복귀 문제와 함께 유급휴업 쟁점까지 겹치면서 한진중공업 노사협상은 타결이 쉽지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부산=김태현/장창민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