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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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 한국수출입은행장 @koreaexim.go.kr >
맑고 청명한 가을 날씨에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 개최 소식이 들린다. 레이스를 펼치다보면 경쟁자를 이기겠다는 마음이 앞서거나 기록 단축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벌이게 되는 옆사람과의 경쟁도 중요하지만,남은 거리가 얼마인지,내 체력은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를 살펴 완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이는 외화자금 조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기관과의 지나친 금리경쟁이나 과거 금리수준에 대한 미련은 외화를 적시에 확보하는 데 도움이 안 됨은 물론 때론 방해요인이 되기도 한다. 국제금융시장은 1bp(0.01%)에 울고 웃는다. 빌리는 쪽에서는 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추고자,빌려주는 쪽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받고자 밀고 당기는 팽팽한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은행의 해외 차입금리 수준이 기업들의 금융비용과도 직결돼 있어 우리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양질의 자금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기에 정부나 언론까지도 차입금리 수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했던가. 금리에 지나치게 민감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차입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다른 경쟁기관보다 차입금리가 높아서,지난번 차입 때보다 금리가 높아져서,최근의 금리 급등이 부담스러워서 등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연초 중동지역 정정불안으로 차입금리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반기 들어선 유럽 재정위기 심화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왔다. 시장여건 개선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외화채권 발행을 하반기로 미뤄온 일부 국내기관 입장에서는 더욱 불리해진 셈이다.
이는 유수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외화조달에 나서는 모습과 대비된다. 대표적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한국계 기관들이 금리에 지나치게 민감한 나머지 적절한 시점에 외화를 차입하지 못해 외화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한 바 있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계 기관의 외화채권 발행규모는 연간 250억달러에 육박한다. 아시아계 전체 발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외화채권 발행이 상당한 규모에 달하는 만큼 금리도 중요하지만 시장 여건이 허락할 때마다 발행에 나서는 유연한 자세와 선제적 외화차입을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오늘의 1~2bp를 희생한다면 오히려 향후 100bp를 아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어 속담에 'penny wise and pound foolish'란 말이 있다. 푼돈은 아끼면서 정작 큰돈은 아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시장의 변동성으로 때를 놓치면 오히려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우리로선 새겨들을 말이다.
김용환 < 한국수출입은행장 @koreaexim.go.kr >
이는 외화자금 조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기관과의 지나친 금리경쟁이나 과거 금리수준에 대한 미련은 외화를 적시에 확보하는 데 도움이 안 됨은 물론 때론 방해요인이 되기도 한다. 국제금융시장은 1bp(0.01%)에 울고 웃는다. 빌리는 쪽에서는 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추고자,빌려주는 쪽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받고자 밀고 당기는 팽팽한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은행의 해외 차입금리 수준이 기업들의 금융비용과도 직결돼 있어 우리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양질의 자금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기에 정부나 언론까지도 차입금리 수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했던가. 금리에 지나치게 민감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차입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다른 경쟁기관보다 차입금리가 높아서,지난번 차입 때보다 금리가 높아져서,최근의 금리 급등이 부담스러워서 등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연초 중동지역 정정불안으로 차입금리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반기 들어선 유럽 재정위기 심화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왔다. 시장여건 개선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외화채권 발행을 하반기로 미뤄온 일부 국내기관 입장에서는 더욱 불리해진 셈이다.
이는 유수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외화조달에 나서는 모습과 대비된다. 대표적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한국계 기관들이 금리에 지나치게 민감한 나머지 적절한 시점에 외화를 차입하지 못해 외화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한 바 있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계 기관의 외화채권 발행규모는 연간 250억달러에 육박한다. 아시아계 전체 발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외화채권 발행이 상당한 규모에 달하는 만큼 금리도 중요하지만 시장 여건이 허락할 때마다 발행에 나서는 유연한 자세와 선제적 외화차입을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오늘의 1~2bp를 희생한다면 오히려 향후 100bp를 아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어 속담에 'penny wise and pound foolish'란 말이 있다. 푼돈은 아끼면서 정작 큰돈은 아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시장의 변동성으로 때를 놓치면 오히려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우리로선 새겨들을 말이다.
김용환 < 한국수출입은행장 @koreaexim.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