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럽연합(EU) 지원에 나설까. EU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앞세워 중국에 공식적으로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중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섣불리 지원에 나섰다가 손실을 볼 경우 큰 후폭풍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최대 수출시장이자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EU의 몰락을 나몰라라 할 수는 없는 처지다. 특히 미국이 얻게 되는 반사이득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겉으로는 냉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30일 논평을 통해 "중국이 유럽의 고질병(채무위기)을 해결할 '치료약' 역할을 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 통신은 "중국은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도울 수는 있지만 유로존 위기의 구세주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의 재정위기는 유럽 국가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중국은 친구로서 도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돕겠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의 이 같은 논평은 지난 주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클라우스 레글링 최고경영자(CEO)가 베이징을 방문해 EFSF에 대한 투자를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인 셈이다. 레글링 CEO는 중국에 20%가량의 투자손실을 보상해주고 매입한 채권을 위안화로 매도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인터넷 블로그인 웨이보에서도 "가난한 나라 중국이 방탕한 부자인 유럽을 도울 수는 없다"는 반대 목소리가 훨씬 우세하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 기층 인민들의 반대 목소리로 인해 중국 지도부가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안화 국제화 계기로 활용

중국의 전문가들은 유럽을 도와주되 투자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면서 위안화 국제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베이징만보는 투자원금 회수를 보장받고 투자자금의 일부는 반드시 위안화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달러 패권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유럽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장한린 대외경제무역대 중국WTO연구원장은 "유로화의 발전은 달러 패권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중국이 EFSF에 투자하게 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발언권이 훨씬 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펑원성(彭文生) 중국국제금융공사 수석경제학자는 "유럽이 무너지면 달러의 독점력이 더욱 강화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