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들지 않는 불안…이탈리아ㆍ스페인 국채금리 급등
유럽 정상들이 내놓은 재정위기 해법에 시장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연 6%대에 진입했고,스페인 프랑스 등 다른 재정위기국 국채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이탈리아가 10년물 국채를 연 6.06% 금리로 발행했다고 29일 보도했다. 한 달 전 발행 금리(연 5.86%)보다 0.20%포인트 상승했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6%대를 기록한 건 지난 8월 초 부도위기설이 처음 제기됐을 때 이후론 처음이다. 국채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해당 국가의 부도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채권 매입을 꺼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탈리아는 10년물 29억8000만유로어치를 포함,이날 총 79억3000만유로 규모 국채를 발행했다. 이는 당초 목표였던 85억유로에 못 미치는 수치다.

유럽 정상들은 27일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규모 1조유로로 확대 △민간 은행의 그리스 국채 손실 상각 비율 50%로 상향 등의 대책을 내놨다. 이번 입찰은 재정위기 대책이 발표된 뒤 투자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 시험대였다. 안날리사 피아자 영국 뉴에지그룹 애널리스트는 "유럽 위기에 대해 시장은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가 높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자 재정 기반이 취약한 다른 나라들의 국채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28일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6%포인트 오른 연 5.50%,프랑스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0.03%포인트 상승한 연 3.16%를 기록했다.

전문가들도 재정위기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럽 정상들이 이번에 내놓은 합의는 두 달 정도 시간을 버는 효과밖에 없다"고 말했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유럽기금이 발행하는 채권의 위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 정상들은 유럽기금 확충을 위해 중국에 이어 일본에도 손을 벌리고 있다. FT는 유럽기금에 참여해달라는 유럽의 요구에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노다 총리는 29일 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재정위기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며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놔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이미 유럽기금이 발행한 채권의 20%를 갖고 있다. 이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7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유럽기금에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