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허점 많은 리니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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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
"담합 조사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이 오전에 회사에 들이닥치자마자 곧바로 임원회의를 소집,그날 저녁에 공정위로 가서 담합건과 관련된 자료를 건네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알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
올해 공정위의 담합 조사를 받은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렇게 털어놓았다. 공정위는 자진신고감면(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담합에 가담한 기업이 맨 먼저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을 전액,2순위로 신고하면 50%를 각각 감면해 준다. 이 관계자는 "다행히 우리 회사가 시장 점유율이 높고 담합 건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다보니 관련 증거자료가 많았다"며 "업계 신뢰도는 떨어졌지만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을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통상 공정위는 담합 현장조사를 나갈 때 대형업체들을 먼저 상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형사들이 담합을 기획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게다가 보고절차가 복잡한 대기업의 특성상 담합의 증거자료가 남아있을 확률도 높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조사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기업들이 증거자료를 폐기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조사를 끝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한정된 조사 인원을 대형사 위주로 배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사 방향과 강도를 일찍 체감하게 된 대형업체들이 자진신고도 먼저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실제 공정위가 생명보험회사들의 변액보험 담합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교보,대한생명 등 '빅3' 생보사들이 과징금을 감면받기 위해 또다시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이들 회사는 이보다 앞서 개인보험 이율을 담합했다며 자진 신고해 부과받은 과징금 중 2500억원가량을 면제받았다. 이에 대해 중소 생보사의 한 임원은 "우리도 공정위의 담합 조사를 일찍 알았더라면 공정위에 자진 신고했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공정위는 이번 대형 생보사들에 리니언시 혜택을 준 데 대해 "기업들이 담합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구두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대기업의 자진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말 속에서 공정위가 담합 적발에 급급해 법의 형평성을 잊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박신영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
올해 공정위의 담합 조사를 받은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렇게 털어놓았다. 공정위는 자진신고감면(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담합에 가담한 기업이 맨 먼저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을 전액,2순위로 신고하면 50%를 각각 감면해 준다. 이 관계자는 "다행히 우리 회사가 시장 점유율이 높고 담합 건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다보니 관련 증거자료가 많았다"며 "업계 신뢰도는 떨어졌지만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을 받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통상 공정위는 담합 현장조사를 나갈 때 대형업체들을 먼저 상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형사들이 담합을 기획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게다가 보고절차가 복잡한 대기업의 특성상 담합의 증거자료가 남아있을 확률도 높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조사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기업들이 증거자료를 폐기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조사를 끝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한정된 조사 인원을 대형사 위주로 배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사 방향과 강도를 일찍 체감하게 된 대형업체들이 자진신고도 먼저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실제 공정위가 생명보험회사들의 변액보험 담합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교보,대한생명 등 '빅3' 생보사들이 과징금을 감면받기 위해 또다시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이들 회사는 이보다 앞서 개인보험 이율을 담합했다며 자진 신고해 부과받은 과징금 중 2500억원가량을 면제받았다. 이에 대해 중소 생보사의 한 임원은 "우리도 공정위의 담합 조사를 일찍 알았더라면 공정위에 자진 신고했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공정위는 이번 대형 생보사들에 리니언시 혜택을 준 데 대해 "기업들이 담합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구두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대기업의 자진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말 속에서 공정위가 담합 적발에 급급해 법의 형평성을 잊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박신영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