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金과장 "회사 덕에 잉꼬부부 됐죠"
김 과장이 다니는 A사는 얼마 전부터 근무제를 바꿨다. 월요일부터 금요일,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던 김 과장은 바뀐 근무제 덕에 1주일에 3일을 쉴 수 있게 됐다. 마냥 늘어난 휴일을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는 예상 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아내에 대한 간섭이 심해지고 잔소리가 늘게 된 것.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몰라 답답한 마음에 쉬는 날이면 집 밖을 배회하던 중 사내게시판에서 부부 상담을 진행한다는 모집글을 봤다. 반신반의했지만 설득 끝에 아내와 함께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전문적인 상담을 받고 나니 관계가 한결 좋아졌다. 같이 상담을 받은 아내도 만족해했다.

이처럼 배우자와의 관계로 고민하는 직원들을 위해 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전문상담기관과 연계해 부부상담을 제안하거나 부부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

두산중공업은 해외 파견근로자 500여명과 그 배우자에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해외로 나가 있는 3~4년 동안의 공백이 부부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담에는 회사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이 회사는 외부 상담센터와 연간 계약을 맺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상담센터를 이용하도록 했다. 회사가 직원 부부의 사생활을 알 것이란 부담 없이 직원들이 방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경남 창원 본사에서도 한 달에 한 번 '카운슬링 데이'라고 해서 전문상담사가 방문한다"며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 연구개발총괄본부는 지난 5~6월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 직원 부부 20쌍,총 40명을 대상으로 1박2일 캠프를 열었다. '행복한 가정만들기-부부교육'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이 캠프에서는 부부대화법,성격진단,편지쓰기 등의 교육이 이뤄졌다. 고준만 현대자동차 연구개발총괄본부 교육팀 과장은 "사내 게시판 공모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했다"며 "좋은 장소와 환경에서 교육이 진행되다 보니 직원 부부들이 만족스러워했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민간발전 자회사인 포스코파워도 최근 업무 및 부부 · 가족 관계에 대한 심리 테스트와 상담을 진행했다.

이처럼 부부관계를 회사가 관리해주는 것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요즘 직원들에게 기업이 제공하는 복지의 한 형태라는 분석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정보가 운영하는 개인 · 기업 상담 서비스기관인 듀오라이프컨설팅의 이미경 팀장은 "지난해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부부 상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한 기업과 연간 5000만원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내년에도 재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 상담은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더 좋은 관계를 갖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직원에 대한 복지가 물질적인 차원에서 정신적인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며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직원들에게 질 높은 복지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