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의 필요성을 강조한 보도자료를 28일 배포했다. 최근 발표한 생명보험사 담합건에서 삼성 · 대한 · 교보생명 등 대형 3사가 담합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음에도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면제 · 감면받은 데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자료에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는 카르텔을 통한 불공정 거래 행위 적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외국 소재 사업자에 대한 국제 카르텔 조사를 하는 데 필수적이며 미국 유럽연합(EU) 등도 자진신고제도를 활용해 카르텔 적발률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생보사 담합건에서 1순위로 고백한 교보생명이 과징금 전액(1342억원)을 감면받고,2순위인 삼성생명도 1578억원의 70%를 감면받은 것에 대한 해명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업계와 정책전문가들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업체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공정위 조사 과정도 비판받고 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를 나갈 때 대형 업체를 먼저 조사하는 경향이 있는데,결과적으로 대형 업체에 자진신고를 먼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들은 과징금 감면폭을 축소하는 등 자진신고 감면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담합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가장 많이 끼친 업체들이 자진신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과징금을 면제받으면 담합으로 챙긴 부당이득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는 경제정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상습 위반 사업자에 대해선 자진신고에 따른 과징금의 감경 또는 면제를 제한토록 법 시행령을 개정 중이라고 밝혔다. 김순종 카르텔조사국장은 상습적 법 위반자 적용 기준에 대해 "3년 내 3번 이상 카르텔이 적발돼 과징금을 부과받은 경우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리니언시(liniency)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담합 혐의가 있는 기업 중 먼저 자백하는 기업은 처벌하지 않거나 처벌 강도를 줄여 내부 고발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불공정 행위 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일반화됐다. 공정위는 1순위로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을 100%,2순위는 50%를 면제해준다.

박신영/강동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