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무력으로 중국 어선을 억류했다. "

중국의 주요 신문들이 24일자에 뽑은 헤드라인 제목이다. 지난 22일 한국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가 해경에 나포된 31명의 중국 선원들에 대한 기사였다. 이 기사는 중국의 최대 인터넷 포털인 바이두(www.baidu.com)에도 한때 톱 뉴스에 올랐다. 사건 당시 중국 선원들은 한국 해경이 접근하자 배를 서로 연결한 뒤 삽과 몽둥이 등으로 무장하고 격렬히 저항했다. 이 과정은 해경이 촬영한 비디오에 고스란히 찍혔다.

[취재여록] 패권주의 부추기는 중국 언론
그러나 이날 중국의 언론들은 "선원들이 불법어로 작업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짤막하게 전한 뒤 "한국 측이 헬리콥터를 동원해 최루액을 쐈고,폭력적으로 진압에 나서 일부 선원이 부상을 입었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전했다. 또 "주한 중국 영사관 관계자가 한국 정부에 폭력적인 법 집행을 자제해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전문가라는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조선-한국연구센터 주임은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어선에 대해 함정을 출동시키고 헬리콥터를 이용해 입체작전을 편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한 TV에 나온 전문가는 "과거에 중국 선원을 단속하다가 죽은 해경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인터넷 웨이보 등에서는 한국을 비난하는 중국인들의 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조그만 나라 한국이 또 소동을 일으켰는데 가만히 있으면 되는가"라며 분개했다. 다른 네티즌은 "인민해방군은 도대체 무엇을 하느냐"고 썼다.

중국 선원들은 매년 수십 차례 한국 해역을 넘어와 불법조업을 하고 단속 해경에 폭력을 휘둘러왔다. 2008년에는 한국 해경이 중국 선원들의 폭력으로 물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언론들은 유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의 단속'에만 초점을 맞춰 반한(反韓)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북한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웃국가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분쟁은 오히려 더 잦아졌다. 그래서 이웃나라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건을 다룬 보도를 보면서 중국은 '강하지만 작은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