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州 중소기업 가동률 40%…LCD업계 "부도 막느라 피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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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中企, 글로벌 불황 '직격탄'
지방 중소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수주 물량 감소로 가동률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데다 자금난까지 겹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탓이다. 광주 첨단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LED(발광다이오드) 업체의 20%가량이 부도 위기에 내몰려 있는 등 지역 특화 산업의 붕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주요 지역 중소기업들의 경영 상황을 점검해봤다.
◆대구ㆍ경북 - 원자재값ㆍ금리 상승 이중苦
중소기업이 밀집해있는 대구ㆍ경북 지역 기업들은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생산의 70% 이상을 수출하는 구미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은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동합급 소재를 생산하는 A사의 K대표는 "원자재 값에다 금리까지 오르니 중소기업은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했다. A사 생산제품의 주요 소재로 쓰이는 동 가격은 지난해 초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K대표는 "수입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지만 원도급업체에서는 납품가격을 15%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B업체 P대표도 "원재료 값 상승으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환율마저 불안정해 수출에도 애를 먹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
◆인천ㆍ경기 - 기계ㆍ건축자재社 매출 '뚝'
인천 남동공단에 입주한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 버틸 수 있는 기업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설비투자 감소 여파로 기계업종 등이 특히 고전하고 있고 건축자재업체들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불연자재 등을 생산하는 P사는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민간 수주는 물론 관급 물량도 끊기다시피해 매출이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 고전하고 있다. 화장품 완제품을 생산하는 C사도 매출이 20% 이상 줄었다. C사 관계자는 "수년 전 공장 확장 때 엔화를 빌려 썼는데 엔화가치가 갈수록 높아져 이자 갚기도 힘겨운 지경"이라며 "매출도 급감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
◆부산ㆍ경남 - 조선 기자재 매출 25% 줄어…자금난 확산
조선 기자재업체들이 몰려있는 부산 신평장림공단은 요즘 활기를 잃었다. 선박용 조선배전반을 생산하는 S사 관계자는 "매출이 예년에 비해 25% 가량 줄었다"며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속출하면서 부산 지역 제조업계에 부도 공포가 엄습해오고 있다"고 걱정했다.
서비스업종도 마찬가지다. 20년째 부산 범일동 부산진시장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 씨(51)는 "8월 초부터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하더니 9월 이후에는 매출이 예년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해운대 센텀시티내의 대형백화점 관계자도 "부산국제영화제 특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매출이 시원찮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진순업 부산상의 조사역은 "자동차부품업을 제외한 조선기자재,신발섬유,철강 등 부산지역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의 자금난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광주ㆍ전남 - 조명업체 5곳 중 1곳 부도 위기
광주ㆍ전남 지역 중소기업의 사정은 심각한 수준이다. 가동률은 40% 안팎에 불과하다. 광주 첨단산업단지에 몰려있는 발광다이오드(LED)업체들은 LED업황이 급랭하면서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LED 육성정책을 믿고 3년 전 LED조명으로 업종을 전환한 L사 K대표는 요즘 후회막급이다. 극심한 판매 부진 탓에 빚돌려막기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처지라고 털어놨다. 그는 "2009년 반짝특수 이후 매출이 해마다 반토막 나면서 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LED업황이 나빠지자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바람에 지역 내 130여개 LED조명업체 중 20% 이상이 부도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광주지역 경제를 지탱해온 삼성전자가 최근 생산물량 감축에 들어가면서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지역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광주=최성국 기자skchoi@hankyung.com
◆대전ㆍ충청 - 천안 110여社 긴급자금 요청
첨단 디스플레이 부품업체들이 모여있는 충남 아산과 충북 오창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은 요즘 생산라인을 돌리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등 TV와 PC 등 전자제품의 부품 값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주문량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이 때문에 충북 오창산단에서 LCD 필름을 생산하는 N사는 최근 야간 생산라인을 중지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감이 없다보니 벌써 2개월이 넘도록 오후 6시에 칼퇴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남 아산의 LCD 장비업체인 D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 대표는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생산라인을 돌렸는데 요즘에는 주문도 없어 재고만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안정자금을 신청하는 중소기업들도 크게 늘고 있다. 천안시 관계자는 "지난 9월까지 110여개 기업이 경영안정자금을 신청했다"며 "관내 중소기업들에게 융자한도를 늘려주는 등 심사기준을 완화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 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