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기름값 훈수꾼 다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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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함이 부른 화(禍)…'임시 방편' 기대만 부풀려
유근석 산업부장 ygs@hankyung.com
유근석 산업부장 ygs@hankyung.com
사상 최고가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기름값에 정부가 입을 닫고 있는 것은 '묘한 일'이다. 이쯤이면 한마디 나올 법한데 손을 놓고 있어 되레 정유사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경질을 앞두고 있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 21일 국회에 나와 "환율이 상승하면서 기름 값을 ℓ당 100원 인하했던 효과를 다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게 고작이다. 이래라 저래라 할 처지가 아닌지,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다 쓴 무기력증을 털어 놓은 것인지 궁금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초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한 뒤 최 장관은 '기름값 대책반장'을 자임해왔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담합 조사카드를 꺼내들며 정유사들을 압박했다.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기름값을 내려봐야 큰 차를 타는 운전자들에게 더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들은 척도 안했다. 정유사들은 기름값을 ℓ당 100원씩 내린 지난 4월부터 석 달 동안 8000억원가량을 고스란히 날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 호주머니에 들어갈지도 모를 돈을 소외계층 돕기 기금으로 내라고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았을 것"이라는 한 정유사 최고경영자(CEO)의 항변은 '광풍' 속에 묻혀 버렸다.
서울 지역 일부 주유소 휘발유값은 이미 ℓ당 2300원을 뚫었고,지방에서도 정부가 마지노선처럼 여겨온 2000원대가 속속 무너지고 있다. 전국 주유소에서 파는 보통 휘발유 값은 24일ℓ당 평균 1990.15원으로 48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 지난 13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계속 치솟고 있다. 그런데 수천억 원을 허공에 풀게 한 훈수꾼들은 아무 말이 없다. '4 · 27 재 · 보선' 등을 앞두고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쇼'가 필요했던 게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기름값 한시 인하'는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포퓰리즘 정책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결론이 나는 모양새다. 서민들은 기름값 폭등에 다시 아우성이고,주유소들은 남는 게 없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그룹 내 주력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급감한 정유사들은 2500억원에 이르는 공정위의 담합 과징금 부과 처분에 법적 대응으로 반격하고 나섰다. 정부는 환율과 외부변수를 탓하며 속수무책이다.
쫓기듯 만든 임시 방편이 몰고 온 후폭풍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게 이명박 정부의 안타까운 현실인 듯하다. 돈 잘 버는 대기업 정유사에서 '삥'을 뜯어 기름값을 잠시라도 낮춰 놓고 알량한 '성과'를 보여주려 한 것처럼 결국 정부의 초조함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기대를 부풀려 놓은 LED(발광다이오드),데스크톱PC,두부 등 중기 적합업종 핵심 품목을 둘러싼 논란은 또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사업에서 철수한다고 해서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는지 장담할 수도 없다.
늘어나는 복지예산 때문에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을 내릴 수 없는 형편이라면 차라리 국민들을 상대로 "아껴 쓰자"는 캠페인이라도 해보는 게 옳지 않을까. 세금 분을 포함해 1.5% 수수료를 무는 주유업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으니 국민들이 현금으로 지불하며 '공생'하자고 호소라도 해보는 게 보다 솔직하다.
유근석 산업부장 ygs@hankyung.com
경질을 앞두고 있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 21일 국회에 나와 "환율이 상승하면서 기름 값을 ℓ당 100원 인하했던 효과를 다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게 고작이다. 이래라 저래라 할 처지가 아닌지,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다 쓴 무기력증을 털어 놓은 것인지 궁금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초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한 뒤 최 장관은 '기름값 대책반장'을 자임해왔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담합 조사카드를 꺼내들며 정유사들을 압박했다.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기름값을 내려봐야 큰 차를 타는 운전자들에게 더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들은 척도 안했다. 정유사들은 기름값을 ℓ당 100원씩 내린 지난 4월부터 석 달 동안 8000억원가량을 고스란히 날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 호주머니에 들어갈지도 모를 돈을 소외계층 돕기 기금으로 내라고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았을 것"이라는 한 정유사 최고경영자(CEO)의 항변은 '광풍' 속에 묻혀 버렸다.
서울 지역 일부 주유소 휘발유값은 이미 ℓ당 2300원을 뚫었고,지방에서도 정부가 마지노선처럼 여겨온 2000원대가 속속 무너지고 있다. 전국 주유소에서 파는 보통 휘발유 값은 24일ℓ당 평균 1990.15원으로 48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 지난 13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계속 치솟고 있다. 그런데 수천억 원을 허공에 풀게 한 훈수꾼들은 아무 말이 없다. '4 · 27 재 · 보선' 등을 앞두고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쇼'가 필요했던 게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기름값 한시 인하'는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포퓰리즘 정책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결론이 나는 모양새다. 서민들은 기름값 폭등에 다시 아우성이고,주유소들은 남는 게 없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그룹 내 주력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급감한 정유사들은 2500억원에 이르는 공정위의 담합 과징금 부과 처분에 법적 대응으로 반격하고 나섰다. 정부는 환율과 외부변수를 탓하며 속수무책이다.
쫓기듯 만든 임시 방편이 몰고 온 후폭풍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게 이명박 정부의 안타까운 현실인 듯하다. 돈 잘 버는 대기업 정유사에서 '삥'을 뜯어 기름값을 잠시라도 낮춰 놓고 알량한 '성과'를 보여주려 한 것처럼 결국 정부의 초조함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기대를 부풀려 놓은 LED(발광다이오드),데스크톱PC,두부 등 중기 적합업종 핵심 품목을 둘러싼 논란은 또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사업에서 철수한다고 해서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는지 장담할 수도 없다.
늘어나는 복지예산 때문에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을 내릴 수 없는 형편이라면 차라리 국민들을 상대로 "아껴 쓰자"는 캠페인이라도 해보는 게 옳지 않을까. 세금 분을 포함해 1.5% 수수료를 무는 주유업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으니 국민들이 현금으로 지불하며 '공생'하자고 호소라도 해보는 게 보다 솔직하다.
유근석 산업부장 y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