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그림이 있는 아침]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저 언덕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서 언덕을 넘는다. 그런데 또 다른 언덕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궁금증만 남긴 채 예서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두 번,세 번,네 번 계속해서 고개를 넘는다. 그럴수록 궁금증은 더 커진다. 땅거미가 질 때까지도 길은 도무지 자신의 끝자락을 보여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화려한 수상 경력을 지닌 화가 허필석 씨(39)는 감상자들을 미지의 세계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으로 인도한다. 그런 갈망은 흔히 화폭에서 꾸불꾸불 끊임없이 이어지는 길로 묘사된다. 예측불가한 그 길은 곧 현대인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의 길은 푸르름 가득한 로맨틱 가도다. 그곳을 걸으면 언덕 너머 저편 행복의 파랑새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길의 끝을 모른다고 지레 실망할 필요는 없다. 길 위에서 길을 물으면 되지 않는가.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