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아이돌' 가수 토니안, 사장님 직함만 세 개…요식업까지 진출
1990년대 중·후반, ‘H.O.T.와 신화 멤버를 구분하면 신세대, 구분하지 못하면 쉰세대’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이야 멤버들을 일일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아이돌 그룹이 많아졌지만, 그때만 해도 H.O.T.나 신화 같은 아이돌 그룹은 세대 구분의 잣대로 거론될 만큼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고 보니 팬들의 눈물 속에 H.O.T.가 해체된 지도 10년. 당시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그들도 어느새 30대 초반의 나이가 됐으니 변하는 게 당연할 텐데, 적어도 겉으로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직함이 생겼다는 것.

그것도 ‘사장님’ 명함이 세 개나 된다. H.O.T. 멤버로, 또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토사장’이라는 친근한 명칭이 더해진 토니안. TN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와 교복 브랜드 스쿨룩스 대표이사에 이어 최근엔 스낵 팝 카페 ‘스쿨스토어’를 오픈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에까지 뛰어들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요즘 하루에 3시간 자요. 멀티태스킹을 하려면 잠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어요. 아직 젊으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스쿨스토어 오픈을 준비하면서 거의 잠을 자지 못했어요. 설렘 반 긴장 반 그랬죠. 음반을 발표할 때보다 더 떨리더라고요(웃음).”

지난 9월 21일 강남 직영 매장 오픈과 함께 가맹점 모집에 들어간 스쿨스토어는 지금까지 봤을 때는 ‘대박’ 분위기다. 231㎡(70평)가 넘는 넓은 매장에 사람이 꽉 차는 것도 모자라 아예 줄을 서서 먹을 정도이고, 가맹점 계약도 오픈 1주일 만에 세 군데나 계약이 성사되는 등 예사롭지 않다. 매출 규모도 평일에는 400만~500만 원, 주말에는 600만~700만 원 선이니 비교적 단가가 저렴한 분식 메뉴, 그것도 초기 매출 치고는 놀라운 수준이다.

떡볶이와 김밥 등을 파는 분식집이지만 카페형 인테리어와 퓨전 스타일의 다양한 메뉴 등을 내세운 것이 크게 작용했다. 40여 가지 메뉴를 샐러드 바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 ‘모닥바’를 설치한 것도 경쟁력이다.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 스쿨스토어가 ‘분식의 혁명’으로까지 일컬어지는 데도 모닥바의 힘이 컸다.

◆스낵 팝 카페, ‘샐러드 바’로 차별화

'원조 아이돌' 가수 토니안, 사장님 직함만 세 개…요식업까지 진출
요식업 진출은 토니안의 오랜 꿈이었다. 워낙 미식가이고 좋아하는 음식도 많지만 막상 사업 아이템을 결정하려니 ‘종류’가 너무 많아 고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송 녹화 중 늘 그랬듯 분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그는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15년 동안 제일 많이 먹었고 앞으로도 계속 먹게 될 음식이 바로 분식이더라고요. 그런데 먹을 때마다 맛이나 포장 같은 게 좀 아쉬웠어요. 분식을 맛있게 만들어서 길거리 음식이 아닌 ‘번듯한’ 메인 메뉴로 승격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군대에 있을 때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많이 받은 사연 중 하나가 데이트할 때 비용 때문에 고민이라던 게 생각나 연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카페형 분식집을 낸 거죠. 오픈식 날 우리 매장에 와본 (이)휘재 형이 와인 없느냐고 하던데, 그만큼 그런 분위기가 난다는 것 아니겠어요(웃음).”

메뉴 개발에만 1년여의 시간을 쏟았다. 다른 무엇보다 ‘맛’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레시피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유명하다는 분식집을 찾아다니며 맛을 보다 보니 이제는 맛만 봐도 어느 집 떡볶이인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오픈을 앞두고 지인들과 파워 블로거 몇 명을 불러 맛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부탁하기도 했다. 엄선된 재료에 천연 조미료를 쓰는 등 전체 매출의 30~35% 정도를 재료비에 쏟아 붓고 있다.

'원조 아이돌' 가수 토니안, 사장님 직함만 세 개…요식업까지 진출
“분위기가 아무리 좋아도 맛이 없으면 끝장이죠. 음식은 입소문이 중요하잖아요. 제가 아무리 맛있다, 좋다고 외쳐봐야 직접 먹어 본 사람이 별로라고 하면 안 가죠. 고객 서비스도 중요해요. 기분 좋게 먹고 갈 수 있는 분위기를 위해 직원들에게도 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있어요. 가끔 지인들을 시켜 암행하는 느낌으로 서비스 상태를 체크하기도 해요.”

손대는 사업마다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경영자로서의 자질도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토니안은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의 능력이 탁월한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세 개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게다가 방송 활동까지 겸하다 보니 큰 결정 외에 대부분은 직원들에게 믿고 맡기는 것이 그의 경영 스타일이다. 옆에 있던 직원은 “사장님의 요구가 어떨 때는 ‘이것보다 맛있게’라는 식으로 모호하지만 막상 고민해서 결과물을 내놓으면 뭐가 부족한지 정확하게 지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나저나 사업체가 세 개니 벌어들인 돈만 해도 상당할 터. 항간에 ‘재벌’이란 소문이 도는 데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아직 돈에 관심이 없어요. 아직 월세 살고요, 차 좋아한다고 소문났는데 차도 별로 관심 없어요(웃음). 물론 교복 사업을 하면서 많이 벌었어요.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면서 손해 본 것도 있고요.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많잖아요. 저도 별별 일을 다 겪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특히 손해를 볼 때 공부가 많이 되더라고요. 그 경험들이 제가 마흔이 넘으면 더 큰 도움이 되겠죠.”

그는 사업을 통해 돈보다 더 귀한 것들을 얻었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실패해도 함께하고 성공해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 지난날 우울증을 심하게 겪을 때가 개인적으로 돈이 가장 많았을 시기였다는 그는 “그때도 차라리 돈보다 내 말을 들어줄 친구가 몇 명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화려했던 아이돌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다. 그는 “그땐 남을 위해 사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내 삶을 사는 것 같아 훨씬 행복하다”고 했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는 그의 현재 목표는 2015년까지 스쿨스토어 가맹점을 100개 이상 만들고 그 이후 해외에 진출해 음식을 통한 한류 열풍에 일조하는 것이다. 조만간 시작될 일본과 중국에서의 음반 활동도 힘이 될 터. 목표 실행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큰 기대를 하기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며 조금씩 쌓아가는 것. ‘토사장’은 그렇게 오늘도 한 걸음 ‘꿈’에 다가서고 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스쿨스토어 제공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829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