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ㆍBC카드 '3無 서비스'로 금융 판도 바꾼다

플라스틱 카드· 종이전표 없애 연 9천억원 절감…카드 수수료 해법도 고민

KT가 BC카드를 인수하면서 구상했던 통신과 금융의 결합이 구체화되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카드를 없애는 등의 3무(無)(Cardless, Boundless, Receiptless) 금융서비스로 비용 절감을 실현하고, 산업계 전반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카드 수수료 인하 논쟁에 대한 해법을 IT금융융합에서 찾는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5일 KT와 BC카드는 KT 광화문 사옥 1층 올레스퀘어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석채 KT 회장은 "다른 카드사들이 하는 카드 발행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며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명에 달한다는 점에 힘입어 통신과 금융을 결합, 결제 프로세싱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우선 KT의 정보통신기술(ICT)역량을 기반으로 카드결제 프로세싱을 효율화하고 중복비용 등 낭비 요소를 최소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카드를 모바일 카드로 대체하고 제약없이 모든 카드사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종이전표를 없애는 이른바 3無 금융서비스를 도입한다.

KT 관계자는 "모바일카드로 전환해 카드 발급 및 발송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결제 프로세싱을 BC카드 프로세싱으로 이용하며 종이 영수증을 웹, 클라우드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신용카드산업에서 발생하는 비용 중 연간 9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절감된 비용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 KT와 BC카드의 계획이다.

남규택 KT 시너지경영실장은 "KT와 BC카드가 만나서 수수료 인하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고 단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2년 안에 연간 9000억원의 비용을 줄인다면 궁극적으로 수수료 인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소액결제 묶어서 처리하는 방식 도입…중소상인 매출 높일 터

이와 함께 KT는 재래시장에서 신용카드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마케팅 솔루션도 제공해 중소상인들의 매출이 증대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여러건의 소액결제를 모아 일정 금액 이상이 되면 묶어서 매출 처리하는 방식으로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고, 고객의 편의성 또한 높아지도록 지원한다.

"쿠폰, 포인트, 할인 등 신용카드 마케팅이 현재는 중대형 가맹점 위주로 진행하고 있지만 중소상인 매장에도 카드이용이 활성화 되면 시장의 균형적 발전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BC카드는 KT의 ICT 기술을 기반으로 결제 플랫폼 경쟁력을 높여 어떤 금융사들도 BC카드의 결제 프로세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BC카드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들마다 독자적으로 결제 프로세싱을 구축하고 있어 사회적 중복투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개방형 프로세싱 사업자로 성장해 관련 산업의 효율성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또 KT와 함께 개방형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개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글로벌 결제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특히 BC카드는 KT의 글로벌 통신사 제휴와 연계해 그동안 추진했던 글로벌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것이 KT가 지난 1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의 연계다. KT가 중국의 차이나 모바일, 일본의 NTT도코모와 제휴한 NFC사업에 BC카드가 참여하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BC카드 이종호 사장은 "최고의 효율성을 제공하는 카드사의 프로세싱 파트너가 되겠다"며 "이렇게 되면 모바일 페이먼트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T 이석채 회장은 "KT의 BC카드 인수는 금융산업 재도약의 모멘트가 될 것”이라며 "IT와 금융의 융합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중복투자 방지와 비용효율화를 통해 신용카드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는 지난 2월 BC카드 지분 35.83%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BC카드는 8월 현재 4325만 고객 회원(개인ㆍ법인 포함)과 663만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