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박영석 대장(48 · 사진)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반 중 연락이 두절돼 구조대가 수색작업에 나섰다.

20일 대한산악연맹에 따르면 박 대장은 지난 18일 오후 4시 위성전화 통화를 마지막으로 캠프와 교신이 끊겼다. 박 대장은 당시 마지막 전화에서 "기상 상태가 나쁘고 낙석이 많아 하산한다"고 말했다.

산악연맹 측은 위성전화 통화 내용으로 시간대별 이동 정황을 분석한 결과 박 대장이 심각한 눈사태를 만나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측했다.

연맹은 박 대장 등 원정대가 눈사태와 낙석에 쓸려 내려가 눈 속에 묻히거나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에 빠져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대장은 강기석,신동민 대원 등 2명과 함께 지난 17일 험난한 남벽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원정대를 꾸려 등반에 나섰다. 원정대는 18일 오전 7시25분 안나푸르나 남벽 출발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오후 4시에 "눈과 가스를 동반한 낙석으로 운행 중단한다. ABC(전진캠프)로 하산할 예정"이라고 캠프에 전해왔다. 이후 몇 차례 위성전화로 베이스캠프와 교신하면서 "좌우로 눈사태가 심하게 나고 있다. 전진캠프로 이동하려면 우측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통과하지 못할 것 같다"고 연락해왔다.

남벽 출발점까지 동행한 이한구 대원은 19일 오후 1시15분 "대원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전해왔다. 이 대원은 "남벽 출발점에서 65도 정도의 경사벽이 100m 정도가 되는데 이곳의 지형이 전날과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4m 정도의 눈이 쌓여 있었고 출발점 밑에 깊이 30~40m 정도의 크레바스가 있었다"며 "눈이 덮여 있는 지역에서 원정대가 등반 때 사용한 로프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연맹은 이날 서울 역삼동 산악문화회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22일 오전 긴급대책반을 네팔로 파견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산악연맹에 "살아 있다는 믿음을 갖고 꼭 구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에도 "구조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