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자사 카드 이용고객에 대해 각종 금리를 평균 0.6%포인트씩 일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은행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카드사들은 19일부터 리볼빙 수수료 등을 낮추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금융권 탐욕을 견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금융회사들이 일부 수수료를 낮추고 있다.

◆우리 · 대구도 카드 연체이자 인하

은행 연체이율ㆍ수수료 '떠밀려' 인하
우리은행은 카드고객에 대한 등급을 일제히 재조정해 이달 말부터 적용한다. 이를 통한 금리인하 효과가 연 0.6%포인트에 달할 것이란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리볼빙 금리를 최대 연 21.9~27.4%,신용판매 연체이자율을 연 25%,현금서비스 금리를 연 29%로 각각 적용하고 있다. 카드 리볼빙은 카드 이용금액 중 일부를 갚으면 나머지는 자동 연장돼 나중에 갚도록 해 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8월 말 금융감독원에서 카드 연체이자 등의 인하를 주문해서 검토해 왔다"며 "금리를 직접 낮추는 대신 고객 등급을 전체적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7일 카드 신용구매와 현금서비스,리볼빙 서비스에 대한 연체이자율을 조정했다. 고객 등급에 따라 연 25% 또는 연 28%로 적용해 온 이자율을 여러 단계로 세분화한 게 특징이다. 상위등급 고객의 연체일수를 30~90일로 나눠 각각 연 24~25%로 쪼갰다. 하위등급 고객 역시 연체이자율을 연 27~28%로 세분화했다.

신한 · 현대 등 전업계 카드사 7곳과 기업 · 광주 · 외환은행 및 농협 등 은행 4곳,여신금융협회 등은 금감원과 공동으로 '수수료 체계를 재조정하기 위한 TF'를 이날부터 가동했다. 운영기간은 한 달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등급을 세분화해 실질 금리를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새마을금고 · 신협도 동참

국민 · 우리 · 신한 · 하나 등 시중은행 실무자들은 이날 금감원에 모여 자동화기기(CD · ATM) 수수료를 낮추자는 데 합의했다. 이달 말까지 은행별로 구체적인 인하폭을 확정짓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체 조사결과 소비자들이 타행인출 및 타행송금 수수료를 가장 비싸다고 인식했다"며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이 수수료를 낮추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적용하고 있는 타행인출 수수료는 영업시간 외 기준으로 건당 1000~1200원이다. 타행송금 수수료 역시 800~1600원씩이다. 은행들은 올 상반기에 3조700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으며,이 중 3083억원을 인출 및 송금 수수료 부문에서 기록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도 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를 낮추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와 같은 서민금융 회사들도 은행 결제망을 똑같이 쓰고 있다"며 "시중은행이 수수료 인하폭을 확정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오는 24일께부터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완전 면제하는'수수료 제로 통장'을 출시한다.

◆은행 불만 고조

은행들은 당국과 여론의 압박에 못이겨 각종 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한자리에 모여 금리나 수수료를 낮추면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정부가 은행권 담합을 조장하는 것과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혁세 금감원장은 금융회사들에 대해 '공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 원장은 이날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서울 이코노미스트클럽'에서 "양극화가 심화하는 과정에서 소외계층이 많아지고 있는데 금융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수수료를 더 낮출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압박했다.

조재길/안대규/박종서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