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고통 크면 곧 주가 오른다"
'경제적 괴로움이 증시엔 약이 된다?'

최근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反)월가' 시위의 불을 지핀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국내 역시 경제고통지수(EMI)가 8.1(1~8월 평균)에 달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수준(7.7)을 넘어섰다. 사회적 갈등의 씨앗이 될 만한 요인이다. 하지만 극심한 생활고와 사회적 갈등이 때로는 코스피지수의 상승 동력이 된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EMI는 한 국가의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지표다. 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합해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고를 반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EMI는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최근 크게 높아졌다. 경제적 고통이 커지면 사회 불만을 표시하는 시위 역시 급증하게 된다.

하지만 증시는 예외다. 홍순표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금융자본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지만 공포지수로 불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변동성지수(VIX)는 이달 들어 오히려 하락했다"며 "국내 역시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증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를 사례로 들었다.

당시 EMI는 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1997년 7.0%에서 1998년 14.5%로 뛰었다. 생활고가 심해지자 시위 증가율도 이 기간 24%포인트 급등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1998년 큰 폭으로 올랐다.

같은 측면에서 최근 월가 시위도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 이해관계로 대립하던 각국 정치권에 경종을 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