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통해 인생ㆍ사업 함께 성장
한 달에 한 번씩 200번의 골프 모임을 가지려면 2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골프 동호회는 혹서기와 혹한기 등을 빼면 1년에 8차례 정도 월례회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200번째 모임을 갖는 데는 25년이 걸린다.

재경 부산대 섬유공학과 동문들로 구성된 '금정회'가 19일 경기도 용인 88CC에서 200번째 월례회를 가졌다. 금정회란 이름은 부산대 뒷산 '금정산'에서 유래했다. 1986년 섬유수출 회사인 대농이 서울대에 있던 관악CC를 경기도 기흥으로 이전하면서 당시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한 50년대 학번 동문들끼리 모인 것이 시초였다.

회장을 맡고 있는 70학번의 최갑환 ㈜럭스 대표는 "골프를 사랑하는 선후배들이 서로 모여 객지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같은 업종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정보도 교환하고 서로 이끌어줘 비즈니스에서도 큰 도움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69학번의 배철호 호혜섬유 회장은 "이 모임에는 원료,원단,원사,봉제,섬유기계,판매 분야 등 섬유 분야의 모든 업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회원 수는 45명이며 평균 30명 이상 모인다. 이날도 9팀 36명이 참석했다. 모임의 최고령자는 창립 멤버인 54학번의 김영식 대영모방 회장이다. 막내 기수는 40대 중반의 86학번들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 모임에 나오기 힘들고 퇴직한 뒤 자기 사업을 하거나 대기업 중역 정도는 돼야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87학번에서 90학번 사이에 이제 갓 사업을 시작한 동문들은 어느 정도 안정되면 합류할 계획이다.

모임에 참석하면 우선 골프 정신과 룰부터 배운다. 한 85학번 후배가 첫 모임에서 선배와 라운드하다 그린에서 마크를 잘못하고 선배의 라인을 밟아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총무를 맡고 있는 황현수 블루텍스㈜ 사장은 "사실 다른 모임에서는 골프 매너에 대해 서로 말을 잘 하지 않지만 여기서는 아버지뻘 선배들로부터 엄격하게 가르침을 받는다. 복장에서부터 내기하는 방법,골프룰,매너,캐디 대하는 태도 등을 잘 배우다 보니 다른 곳에 가서 매너가 좋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조 편성도 가급적 선후배가 함께한다.

이날 참석자 가운데 최연장자인 임대희 전 한국수입협회장(73)은 베스트 스코어 2언더파 70타의 '아마 고수'다. 지금도 젊은이 못지 않은 부드러운 스윙을 갖고 있으며 시니어티에서 '싱글'을 친다. 그는 "모임이 오래 유지된 비결에는 가족 간 소통이 큰 역할을 했다. 연말에 한 번 부부동반으로 좋은 와인을 각자 가지고 와서 마시는 와인모임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유일한 타학과 출신도 있다. 상대를 나온 68학번의 박보원 전 ㈜팬텀 사장은 골프용품 회사를 운영하던 중 인연이 돼 모임에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싱글' 수준의 실력파들이 10명이나 된다. 모임마다 메달리스트와 롱기스트,니어리스트 등에게 상을 주는데 메달리스트와 롱기스트는 연 2회 수상으로 제한돼 있다. 특이하게 25년간 홀인원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회비는 20만원이다. 1인당 그린피 캐디피 식대 등을 포함하면 26만~27만원 정도가 들지만 나머지는 기금에서 충당한다.

88CC=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