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밀리는 것 같았던 애플과의 특허 소송이 미국에서 승기를 잡았고 지난 분기 스마트폰 판매 실적은 애플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지구 연방법원은 애플 측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갤럭시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 중 일부를 기각했다. 공정한 조건으로 특정 특허들의 사용을 허가하려는 애플의 의도를 삼성전자가 왜곡했다는 애플 측 주장을 기각한 것이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과 애플의 관계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표면적으로는 악화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 외로 빨리 매듭지어질 가능성도 열렸다"며 "통신 관련 특허는 삼성전자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애플 측에서도 장기적으로 힘을 소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삼성전자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판결이 나온 새너제이 심리를 계기로 양사 간의 특허 분쟁이 빠르게 마무리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아직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특허 소송 분쟁은 국가·지역 별 관련법과 특성이 달라 일괄적으로 연결지어 짐작하기 어렵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결과를 미리 예측한다는 게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현재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 10개국에서 30여건의 국제 소송청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미국 법원 판결에 앞서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지난 분기 실적 대결에서도 먼저 웃었다.

이날 애플은 26분기 만에 처음으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놨다. 애플은 18일(현지시간) 지난 4분기(7~9월) 순이익 66억2000만달러(주당순이익 7.05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년 전 43억1000만달러(4.64달러)보다는 증가했지만 전분기 순이익 73억1000만달러(7.79달러)보다는 10%가량 감소한 수치다. 또 시장예상치(주당순이익 7.31달러)에도 못 크게 미치는 실적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깜짝실적(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지난 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은 매출액 41조원, 영업이익 4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실적 변화는 주력 스마트폰의 판매에서 격차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로 세계 시장점유율(M/S)를 가파르게 끌어올린 반면,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은 예상치(2100만대)를 밑도는 1700만대에 그쳤다"며 "이에 따라 총 매출 규모도 추정치(297억달러)를 소폭 밑도는 293억달러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시된 갤럭시S2는 1000만대(9월 기준) 이상이 팔렸다. 갤럭시S를 포함한 총 누적 판매량은 3000만대 수준이다.

갤럭시와 아이폰을 앞세운 양사 간의 스마트폰 대결은 4분기에도 더 치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팀장은 "아이폰의 판매가 예상에 못미쳤던 것은 아이폰4 이후 1년 4개월여 동안 신제품이 없었기 때문에 후속 모델에 대한 대기수요가 커진 탓도 있다"며 "4분기에는 삼성전자의 롱텀에볼루션(LTE)폰과 아이폰4S의 대결 구도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출시된 아이폰4S는 출시 3일 만에 400만대가량이 팔리며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애플은 아이폰4S의 가세로 판매량이 2500만대까지 늘겠지만 삼성전자는 LTE폰의 가세로 판매량이 2900만~3000만대로 늘어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LTE폰은 버라이존과 AT&T 등 북미 통신사들이 200억달러 규모의 망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LTE폰 모델이 있는 삼성전자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