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高실업에도 공무원 49만명 감원…'복지병' 대수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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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7주년 특별기획 2부 - '복지 버블'에 무너진 유럽
(3·끝) '요람에서 무덤까지' 폐기
英 '복지와의 전쟁' 선포…고소득층 육아수당 폐지, 재정지출 830억 파운드 감축
스웨덴 5.3% 성장의 비밀…90년대 중반 기초연금 폐지, 실업급여·의료보장도 줄여
(3·끝) '요람에서 무덤까지' 폐기
英 '복지와의 전쟁' 선포…고소득층 육아수당 폐지, 재정지출 830억 파운드 감축
스웨덴 5.3% 성장의 비밀…90년대 중반 기초연금 폐지, 실업급여·의료보장도 줄여
"내년에는 휴학을 하고 돈을 모아야 할 것 같아요. " 영국 런던 도심 속 공원인 하이드파크에서 만난 실비아 가므 씨(21)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옥스퍼드대 2학년이라고 했다. "내년부터 등록금이 두 배 내지 세 배 정도 오르면 학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그의 걱정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작년 5월 집권한 뒤 재정적자 축소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학등록금을 최대 세 배 올릴 수 있게 하고 고소득층에 육아수당지급을 중단하는 등 사실상 '복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깃발을 내려라
지난 8월 런던을 비롯한 영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청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약탈과 방화를 서슴지 않았다. 선데이타임스는 "청년층 실업률이 20%가 넘는데 실업수당과 관련된 예산이 깎인 게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캐머린 정부는 왜 인기없는 정책만 취하고 있는 것일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가 범인이다. 작년 재정적자는 약 1500억파운드(270조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2.0%나 된다. 3년 전만 해도 5.4%에 불과했다. 무료의료서비스 등 국가 재정을 거덜내고 있는 복지병 때문이다.
영국정부는 재정지출을 2014년까지 25% 줄이는 등 5년간 830억파운드를 감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년간 공무원 봉급을 동결하고,5년간 49만명을 감원키로 했다. 부모 중 한 명의 연봉이 4만4000파운드를 넘으면 육아수당을 주지 않기로 했다. "2차대전 후 가장 급격한 복지정책"(캐머런 총리)이라 할 만하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런 정부정책에 대한 영국국민들의 태도다. 지난 8월 폭동에도 캐머런 총리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이런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영국이 일찌감치 복지병으로 사회적 혼란을 겪으며 예방주사를 맞았던 덕분이다.
영국은 1948년 보편적 복지를 채택한 뒤 1950년대와 1960년대 호황에 힘입어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체제를 구축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나타나면서 재정적자의 확대와 이에 따른 긴축,그리고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란 과정을 겪었다. 고통스러운 당시의 상황이 재연되는 것을 막자는 데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북극성' 스웨덴
스웨덴의 작년 경제성장률은 5.3%다. 유럽 평균(0.7%)은 물론 잘나간다는 독일(3.6%)과도 비교가 안 된다. 국가채무도 GDP 대비 49.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7.6%)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스웨덴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북극성'이라고 평가했다.
스웨덴은 복지국가의 대명사였다. 완전고용과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고(高)부담-고(高)복지'체제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과도한 복지로 재정이 거덜나고 성장동력이 상실되는 복지병에 걸리자 1990년대 중반 복지모델을 수술했다. 기초연금을 폐지한 뒤 연금도 일한 만큼에 따라 액수를 차등하는 '확정기여식'으로 바꿨다. 실업급여와 의료보장 범위를 축소했다. 퇴직 연령도 67세로 연장했다. 덕분에 스웨덴은 1998년부터 꾸준히 재정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우파 싱크탱크인 팀브로(Timbro)의 토마스 이데르가르드 연구원은 "스웨덴은 이미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금융 위기를 겪었다"며 "그 이후 최우선 정책 과제를 복지 우선에서 금융 안정과 흑자 재정 유지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스톡홀롬=조귀동/런던=정소람 기자 claymore@hankyung.com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깃발을 내려라
지난 8월 런던을 비롯한 영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청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약탈과 방화를 서슴지 않았다. 선데이타임스는 "청년층 실업률이 20%가 넘는데 실업수당과 관련된 예산이 깎인 게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캐머린 정부는 왜 인기없는 정책만 취하고 있는 것일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가 범인이다. 작년 재정적자는 약 1500억파운드(270조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2.0%나 된다. 3년 전만 해도 5.4%에 불과했다. 무료의료서비스 등 국가 재정을 거덜내고 있는 복지병 때문이다.
영국정부는 재정지출을 2014년까지 25% 줄이는 등 5년간 830억파운드를 감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년간 공무원 봉급을 동결하고,5년간 49만명을 감원키로 했다. 부모 중 한 명의 연봉이 4만4000파운드를 넘으면 육아수당을 주지 않기로 했다. "2차대전 후 가장 급격한 복지정책"(캐머런 총리)이라 할 만하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런 정부정책에 대한 영국국민들의 태도다. 지난 8월 폭동에도 캐머런 총리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이런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영국이 일찌감치 복지병으로 사회적 혼란을 겪으며 예방주사를 맞았던 덕분이다.
영국은 1948년 보편적 복지를 채택한 뒤 1950년대와 1960년대 호황에 힘입어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체제를 구축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나타나면서 재정적자의 확대와 이에 따른 긴축,그리고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란 과정을 겪었다. 고통스러운 당시의 상황이 재연되는 것을 막자는 데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북극성' 스웨덴
스웨덴의 작년 경제성장률은 5.3%다. 유럽 평균(0.7%)은 물론 잘나간다는 독일(3.6%)과도 비교가 안 된다. 국가채무도 GDP 대비 49.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7.6%)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스웨덴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북극성'이라고 평가했다.
스웨덴은 복지국가의 대명사였다. 완전고용과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고(高)부담-고(高)복지'체제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과도한 복지로 재정이 거덜나고 성장동력이 상실되는 복지병에 걸리자 1990년대 중반 복지모델을 수술했다. 기초연금을 폐지한 뒤 연금도 일한 만큼에 따라 액수를 차등하는 '확정기여식'으로 바꿨다. 실업급여와 의료보장 범위를 축소했다. 퇴직 연령도 67세로 연장했다. 덕분에 스웨덴은 1998년부터 꾸준히 재정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우파 싱크탱크인 팀브로(Timbro)의 토마스 이데르가르드 연구원은 "스웨덴은 이미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금융 위기를 겪었다"며 "그 이후 최우선 정책 과제를 복지 우선에서 금융 안정과 흑자 재정 유지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스톡홀롬=조귀동/런던=정소람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