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ㆍ동맥경화 징후 미리 감지해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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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ㆍ삼성 연구팀 '만성질환 진단 키트' 개발 착수
HDL 성상 변형 포착해 대사성 질환 발병여부 예측…원천기술 확보로 개발 탄력
HDL 성상 변형 포착해 대사성 질환 발병여부 예측…원천기술 확보로 개발 탄력
병원에 가지 않고 3개월마다 당뇨 수치를 집에서 확인하고 있는 A씨.요즘 야근과 술자리가 부쩍 잦아지면서 상당한 피로감을 느낀다. 그는 여느 때처럼 검진 날짜가 되자 탐침으로 손가락을 찔러 피 한 방울을 진단 키트(kit)에 떨어뜨렸다. 며칠 후 그는 당뇨 수치 급상승뿐 아니라 3년 내 동맥경화 가능성이 보인다는 충격적 진단을 받았다. 금주와 함께 적절한 운동 요법, 예방 약도 함께 처방됐다.
영남대 삼성바이오로직스 녹십자 등 공동 연구팀이 개발 중인 '만성 대사성 질환 조기 진단시스템'이 그리는 서비스 모델이다. 조경현 영남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단백질센서연구소를 창립하고 이 같은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고 18일 밝혔다.
조기 진단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당뇨 동맥경화 치매 등 노화와 관련된 만성 대사성 질환의 발병 여부와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는 것이다. 조경현 교수팀은 혈액 내 고밀도지단백질(HDL · High density lipoproteins)이 대사성 질환의 발병과 함께 모양이 변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조 교수팀은 당뇨 동맥경화뿐 아니라 흡연,스트레스 노출,음주,급성바이러스 감염 등 상황에 따라 HDL의 모양 변형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수치화해 논문으로 증명했다. 반대로 운동이나 스트레스 해소,금연과 금주 등 상황에서 HDL의 모양 변화 역시 확인했다.
조 교수는 "보통 대사성 질환 발병 여부는 항원 · 항체 반응이나 특정 단백질 수치의 증가 · 감소로 판단했으나,우리 기술은 대사 수치 변화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전에 HDL의 성상 변형을 포착해 질환의 징후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진단 키트 제작시 필요한 나노기술과 바이오시밀러 제작에 주력하며, 종근당과 녹십자는 각각 바이오마커(병원균이나 감염 등에 대응하는 타깃)와 약물 개발을 담당한다. 파크시스템스는 바이오마커와 HDL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원자현미경 기술, 블루핀은 키트 진단 결과를 병원 시스템과 연동하는 기술에 주력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바이오시밀러는 질병 등에 의해 파괴된 HDL을 대체할 수 있게 신선한 HDL을 혈액 속으로 넣는 주사제 형태가 될 전망이다. 조 교수팀은 앞서 유전자전달 치료 효율을 높이는 '프로테오리포솜' 등 관련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공동 연구팀은 기술의 안전성이 검증되면 향후 환자의 정맥 등에 진단 칩을 심어 실시간으로 HDL 변화를 추적 관찰하는 시스템을 병원에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조 교수는 지난 17일 연구소 개소식을 열고 '바이오마커로서 역기능성 지단백질'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으며 이 행사에는 독일 미국 일본 인도 등 각국 연구진이 참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조 교수는 "개발 초기부터 삼성의료원 의료진과 함께 연구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었다"며 "국내에는 없는 독특한 진단 키트로 향후 대사성 질환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HDL
고밀도지단백질.혈장 수용성 단백질의 일종으로 콜레스테롤과 결합해 신체 각 부위로 전달된다. 보통 종합건강검진 시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콜레스테롤 수치는 HDL과 이와 결합한 콜레스테롤 전부를 합한 수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