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일은 게임처럼…실패 두려워 말라"
컨설팅업체 딜로이트투시토마츠는 임원 교육 프로그램에 디지털게임 기법을 도입했다. 한 단계의 훈련 과정을 마치면 가상 배지가 부여되고,더 어려운 다음 단계의 훈련 과정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지루한 교육이 게임으로 바뀌자 몰입도가 높아졌다. 미국 일리노이에 있는 급여서비스 제공업체인 수어페이롤은 '최고의 새로운 실수상'이란 제도를 만들었다. 새로운 시도를 하다 실수해 교훈을 얻은 직원들에게 연 400만달러를 상금으로 준다. 많은 모험과 실패가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업무에 게임 등 놀이적 요소를 도입하고,실패를 제도적으로 권장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게임을 업무에 도입해 재미와 능률을 높이는 새로운 경영기법인 '게임화(gamification)'란 단어도 만들어졌다.

◆재미 · 효율에 재택근무 네트워크 기능도

딜로이트뿐 아니라 IBM도 게임경영에 적극적이다. IBM은 다양한 사업전략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는 비디오게임을 제작하는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이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IBM의 사이버 교육책임자는 "40만명의 직원 가운데 40%가 재택근무를 하거나 출장 중인데 게임이 이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업체 SAP는 업무를 게임으로 만드는 경연대회도 한다. 이 대회 명칭은 '게임화 컵(gamification cup) 시리즈'.최근 우승자는 지루한 서류 작업을 게임으로 만들었다.

게임경영 기법을 도입하는 이유는 직원들이 일에 재미를 붙이도록 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가상콜센터를 운영하는 라이브옵스는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2만명의 독립 전화상담원을 관리하기 위해 게임을 활용했다. 전화통화를 짧게 하면서도 계약을 따낸 직원들에게 점수는 주는 것이다. 직원은 서로 성과를 비교해볼 수도 있다. 시스템 도입 후 일부 상담원의 통화 시간은 15%가량 줄고,매출은 8~12% 늘었다.

IT 조사업체 가트너는 2014년까지 대기업의 약 70%가 업무프로세스 중 일부를 게임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조사기관의 전망치를 인용,게임 경영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및 컨설팅 시장규모가 올해 1억달러에서 2014년 9억3800만달러로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패 권장하는 기업들

3M의 포스트잇,화이자의 비아그라는 실패가 가져다 준 히트상품이다. 포스트잇은 실패한 접착제였고,비아그라 개발의 당초 목표는 심장약이었다. WSJ는 "혁신이 실패에서 온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일부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한 직원들에게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에 있는 광고 대행업체 '그레이 뉴욕'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위대한 실패상'을 만들어 매년 시상하고 있다. 최근 수상자는 아만다 졸튼 부사장.졸튼은 잠재고객인 애완 고양이용 모래를 제작하는 회사 임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강한 인상을 심어줄까를 고민한 끝에 자신의 고양이 루시를 회의장에 집어넣었다. 회의장은 난장판이 됐고 루시는 "고객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상을 받았다.

매년 최고의 실수상을 주고 있는 마이클 알터 수어페이롤 사장은 "우리회사는 실수한 사람에게 '왜 그랬냐'라는 질책이 아니라 '무엇을 배웠는지 이야기해 보자'고 말함으로써 많은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