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승자 독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해외 경쟁사들이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내놓고 있어 향후 추가 감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엘피다는 지난 14일 9월 결산분기(2011년 7~9월) 잠정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642억8000만엔으로 전분기대비 33% 감소했고, 영업손실 451억8000만엔으로 집계됐다.

박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17일 "엘피다의 영업적자가 전분기대비 확대되면서 영업이익률은 -70.3%로 악화됐다"며 "이는 같은 기간 하이닉스의 추정 영업이익률 -9%, 마이크론의 8월 결산분기 영업이익률 -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D램 가격 급락, 엔화강세,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다 히로시마 공장에서 상품 생산비중을 높이면서 발생한 생산성 하락이 부가적인 수익성 악화요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엘피다는 올해 3분기부터 38nm 공정 비중확대를 계획했지만 지연되고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4분기 중에 샘플 출시가 가능해 보이며 공정전환에 따른 생산증가 효과는 내년 1분기부터나 기대해 볼만하다"며 "이에 따라 30nm대 공정전환에 있어 하이닉스와의 기술격차는 6개월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익성 악화로 엘피다가 감산폭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원가구조로는 평균판매단가(ASP)가 변동비조차 커버할 수 없어서다.

그는 "12월 결산기까지 공정전환에 따른 원가절감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추가적인 현금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감산만이 유일한 대안일 것"이라며 "엘피다의 추가적인 감산은 D램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마이크론도 올 4분기(6월1일~8월31일)에 매출 21억4000만달러, 영업손실 51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줄었고 영업이익은 올 2분기(작년 12월~올해 2월) 1억7900만 달러,올 3분기(3~5월) 2억370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구자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도 "엘피다의 경우 PC D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상대적으로 가격과 수요가 양호했던 모바일 D 램의 3대 생산업체이기 때문에 영업적자폭이 낮을 것으로 전망했었다"며 "이런 해외 선두권 업체의 예상을 초월하는 수익성 악화로 향후 공급감소 규모는 더 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감산 가능성이 있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주가 모멘텀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경쟁사가 결국 플랜B를 선택하고(PC D램 대만 공장으로 이전 시작 등 공급축소효과) 수급은 재악화 되지 않고 하방 경직성을 찾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식에 대한 비중확대 포지션을 변화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