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샷이 모처럼 잘 맞았다. 세컨드샷 지점까지 남은 거리는 140야드. 평소 넉넉하게 치면 7번 아이언 거리이고 제대로 다 맞으면 8번 아이언이면 충분하다. 캐디에게 “7번과 8번을 달라”고 해서 볼이 있는 지점으로 향했다. 볼이 있는 지점과 카트는 꽤 떨어져 있다. 캐디는 한 동반자의 볼이 언덕 위로 올라가면서 볼을 찾으러 올라갔다.

볼이 있는 자리에 왔더니 140야드라는데 꽤 멀게 느껴진다. 7번 아이언으로도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다. 6번 아이언을 치면 편할 것 같지만 다시 캐디를 불러 클럽을 바꾸자니 미안한 생각도 든다. 캐디는 동반자 볼을 찾기 위해 경사지 숲을 뒤지고 있다. 나홀로 카트에 갔다오자니 귀찮고….

아마추어 골퍼들이라면 이런 상황에 자주 맞닥뜨린다. 이런 상황에서 7번 아이언을 치면 십중팔구 미스샷이 나온다. 이미 심리적으로 이 클럽을 다 쳐야 거리가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몸은 긴장하고 근육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골프카트가 페어웨이까지 들어갈 수 있는 외국 골프장의 경우 클럽을 바꾸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한국은 한 번 선택한 클럽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멀리서 캐디를 불러 클럽을 바꾸는 일도 있지만 국내 정서상 그런 행동은 동반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는 길밖에 없다. 대부분 카트에서 공이 있는 지점까지 이동할 때 2개의 클럽을 들고 간다. 여기에 한 클럽을 더 하자. 3개의 클럽을 들고 가라는 얘기다. 만약 8번 아이언 거리라면 7번과 6번 아이언까지 챙겨서 이동하는 것이다. 볼이 있는 지점에서 최대 거리를 자신의 거리로 산정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좀 넉넉하게 클럽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개 대신 3개의 클럽을 들고 다니면 그만큼 선택폭이 넓어지고 미스샷 확률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