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들은 앞으로 몇 년간 적극적으로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이 커지고 경제성장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즈 마틴 중동 홍콩상하이은행(HSBC)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동은 2009년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데 이어 최근 민주화 시위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진 상태다. 마틴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중동 지역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반 전부터 두바이에 살고 있다. 이전에도 영국 런던에서 중동 지역 전망을 담당했다. “두바이의 식당가는 최근 들어 고객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 8~9월 고용률도 매우 좋았습니다. 현지에 있는 사람으로서 분명히 경기가 강하게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

◆실업 해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

마틴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지역이 앞으로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는 첫째 이유로 각국 정부의 강한 경기부양 의지를 꼽았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정부들은 5550억달러(650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이미 발표한 상태입니다. 아부다비가 1000억달러 규모 교통시설 투자 계획을 내놨고, 두바이 쿠웨이트 바레인 등 다른 국가들도 인프라 투자와 소비 진작 계획을 세우는 중입니다.”

중동 국가들이 잇달아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실업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민심을 안정시키고 글로벌 재정위기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 고용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라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추진할 태세”라고 그는 설명했다.

중동 국가들의 재정 건전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두바이월드가 2009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중동 지역 국가들의 재정 건전성이 나쁘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양호합니다. 당시에도 아부다비 정부가 곧바로 두바이 지원을 발표해 두바이의 경제 상황은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게다가 아시아 지역 경제성장에 따라 원유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아주 좋습니다.”
[글로벌 고수에게 듣는다] “중동은 매력적인 투자처 … 650조 인프라 계획”
중동 지역의 대아시아 수출 비중은 30년 전 10%에서 최근 40%로, 수입 비중은 같은 기간 5%에서 20%로 크게 늘었다.

그는 이에 따라 중동 지역 경제가 올해 4.5%, 내년 4.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카타르는 올해 13.1%, 내년 11.5% 성장이 예상된다.

“물론 인도와 중국이 포함돼 있는 아시아 지역의 경제 전망에 비하면 수치가 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를 제외한 지역 중에서 중동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는 드물 것입니다.”

◆유가 하락해도 투자 유지 전망

중동 국가들의 재정 수입은 유가 수준에 크게 연동된다. 만약 유가가 떨어지면 투자 여력도 줄어드는 것 아닐까. 마틴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 계획은 유가가 떨어지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으며 앞으로 많이 떨어지지는 않으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투자자들에게 민주화 바람이 미치는 영향을 묻자 그는 “단기적으로는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며 다소 원론적으로 답했다. 그는 “이집트의 경우 혁명 전에는 연 6%씩 성장할 수 있는 나라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관광 수입이 80%나 감소하는 등 성장 여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안정된다면 더욱 강한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