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가격이 뛰어도 음식값을 올리지 않은 외식업체를 '착한 가게'로 지정해 외식비 인하를 유도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난관에 봉착했다.

14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행안부가 전국 41만개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지난달 26일까지 착한가게로 불리는 '물가안정 모범업소' 신청을 받은 결과 7500개 업체가 지원했다. 이는 정부가 당초 착한가게로 지정하려던 목표치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는 당초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지방자치단체 심사를 거쳐 전체 외식업체의 3%인 1만2000개 가량을 착한가게로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업체들의 자발적인 신청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자 정부는 당황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예상보다 지원이 적어 신청 기간을 이달 말까지로 늘리고 소비자단체의 추천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 계획이 틀어진 건 애초부터 수요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원한 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1년간 가격 안정 노력(30점) △가격 수준(30점) △종사자 친절도 및 청결도 등(40점)에 따라 점수를 매긴 뒤 60점 이상이면 착한가게로 지정키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식재료와 인건비 등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음식값을 올리지 않은 업체를 1만2000개나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착한가게로 선정되면 6개월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 점도 업체들이 신청을 꺼리는 이유다. 정부로부터 계속해서 음식값을 통제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오모씨(52)는 "지난해 말부터 식자재 가격은 물론 인건비까지 올라 1000원씩 가격을 인상했다"며 "당장 매일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작은 인센티브를 내걸면서 가격을 무조건 올리지 말라는 건 무리"라고 꼬집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미 신청한 7500개 중에도 기준에 미달하는 업체가 많을 것"이라며 "일단 일부라도 착한가게로 선정한 뒤 내년 상반기에 추가로 뽑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착한 가게

최근 1년간 음식값을 인상하지 않았고,현재 가격이 같은 업종의 평균 가격보다 낮은 음식점을 말한다. 6개월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착한가게로 선정되면 기업은행이나 중소기업청에서 대출받을 때 금리를 깎거나 컨설팅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