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층 건물 1000개 상점서 '짝퉁' 팔아
베이징 도심을 관통하는 도로인 창안제.무역전시장에서 톈안먼 방향으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슈수이제(秀水街).한국 LG그룹의 쌍둥이빌딩과 마주보고 있는 이곳은 베이징의 명물이다. 연면적 2만8000㎡의 6층 건물 안에 꽉 들어찬 1000여개의 상점에선 짝퉁제품을 판다. 베이징에 짝퉁 이미지를 씌우는 주범이지만,한편으로는 관광객들을 끊임없이 끌어모으는 명소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계륵 같은 곳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주로 원저우(溫州) 항저우(杭州) 등 저장성(浙江省) 출신들이다. 이방인들인 데다 본래 상인 기질이 강한 사람들이다.

슈수이제의 제품값은 고무줄 가격으로 유명하다. 손님들은 처음 부른 가격에서 90%까지 깎아 살 수 있다. 상인들이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최저가는 도매가격의 두 배.아무리 싸게 팔아도 두 배는 남는 가격이다.

이곳의 월 임대료는 ㎡당 7000~8000위안(120만~140만원).보통 매장의 크기가 8~10㎡인 점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러나 이곳 가게 주인들은 최소 월 2만위안 이상 거뜬히 번다고 한다.

중국의 짝퉁 중에도 '명품'이 있다. 시장에선 A급으로 불리고,그중에서도 최고급품은 '이비이(一比一 · 1 대 1 이라는 의미)'로 통한다. 오리지널 제품을 만드는 명품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대만 기술자들이 주로 생산한다. 이들 제품 중 일부는 짝퉁시장이 아니라 고급 백화점에 납품되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졌다.

짝퉁은 진품과 재질에서 차이가 난다. 명품회사들이 사용하는 최고급 가죽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한두 단계 품질이 낮은 가죽을 쓴다. 저급의 짝퉁제품들은 인조가죽을 사용한다. 제품에 사용되는 금속도 대부분 합금이지만 저급한 제품은 구리를 쓰는 경우도 많다. 여행용 가방의 경우 200위안(3만6000원) 안팎에 살 수 있다.

그러나 A급 제품은 다르다. 일단 상점에 전시도 안돼 있다. A급을 보여 달라고 하면 인근 창고로 데려가 제품을 보여주고 흥정을 한다. 가격도 보통 짝퉁제품값의 대여섯 배는 된다. 지난 13일 기자가 이곳의 한 가방가게를 찾았을 때도 흥정 장소는 창고가 아닌 건물 안 식당으로 바뀌었다.

그 가게의 종업원은 "지난해 경찰이 훙차오(弘橋)시장(또 다른 짝퉁시장)을 기습해 창고에 있는 트럭 2대 분량의 제품을 압수해갔다"며 "요즘 단속이 다시 시작돼 창고를 폐쇄하고 물건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최근 중국 정부의 짝퉁 제품에 대한 태도가 매우 엄격해졌다"며 "슈수이제가 내년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