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국민연금의 의결권 전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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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4294 대 0'. 국민연금은 작년부터 주요 주주로 있는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4294차례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중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친 것은 하나도 없다.
의결권행사위는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전횡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립된 기구다. 정부와 사용자 및 근로자,가입자 대표 등이 추천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국민연금에서 판단하기 민감한 사안에 대해 중립적으로 판단해 달라는 게 설립 목적이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위에 한 건도 판단을 요청하지 않았다. 의결권을 행사한 4294건 중에 '민감한 사안'이 하나도 없었던 것일까. 담당자의 답변은 궁색했다. "주주총회 2주 전에야 안건을 통보받다보니 의결권행사위에 넘길 안건을 추려낼 시간이 부족했다. "
의결권행사위에 넘어가지 않은 주총 안건은 매주 열리는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 행사방향이 결정된다. 운용본부장을 비롯해 주식,채권,대체투자실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올 들어 여기서 처리한 주총안건은 2141건.52차례 회의가 열린 것을 감안하면 회의당 200건이 넘는 의안을 처리했다. 그것도 3시간이 채 되지 않는 회의시간 동안 기금 운용전략에 대해 논의하고,남는 시간을 짜내 결정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은 "주요 금융지주에 사외이사를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최대주주로서 당연한 권리같지만,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제멋대로 행사하는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파견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사랑'은 대단하다. 주가 하락 때 손실을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 "ELS에 투자하면 의결권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의결권전문위에 주총 안건을 넘기지 않는 실무자.최대주주에 오르자마자 사외이사 임명권에 관심을 갖는 이사장.국민연금은 국민이 낸 돈을 운용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그를 통해 얻은 의결권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기보다는 상장사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단맛'에 취한 것 같아 씁쓸하다.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의결권행사위는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전횡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립된 기구다. 정부와 사용자 및 근로자,가입자 대표 등이 추천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국민연금에서 판단하기 민감한 사안에 대해 중립적으로 판단해 달라는 게 설립 목적이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위에 한 건도 판단을 요청하지 않았다. 의결권을 행사한 4294건 중에 '민감한 사안'이 하나도 없었던 것일까. 담당자의 답변은 궁색했다. "주주총회 2주 전에야 안건을 통보받다보니 의결권행사위에 넘길 안건을 추려낼 시간이 부족했다. "
의결권행사위에 넘어가지 않은 주총 안건은 매주 열리는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 행사방향이 결정된다. 운용본부장을 비롯해 주식,채권,대체투자실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올 들어 여기서 처리한 주총안건은 2141건.52차례 회의가 열린 것을 감안하면 회의당 200건이 넘는 의안을 처리했다. 그것도 3시간이 채 되지 않는 회의시간 동안 기금 운용전략에 대해 논의하고,남는 시간을 짜내 결정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은 "주요 금융지주에 사외이사를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최대주주로서 당연한 권리같지만,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제멋대로 행사하는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파견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사랑'은 대단하다. 주가 하락 때 손실을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 "ELS에 투자하면 의결권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의결권전문위에 주총 안건을 넘기지 않는 실무자.최대주주에 오르자마자 사외이사 임명권에 관심을 갖는 이사장.국민연금은 국민이 낸 돈을 운용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그를 통해 얻은 의결권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기보다는 상장사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단맛'에 취한 것 같아 씁쓸하다.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