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가원수로는 13년 만에 '국빈(國賓)' 자격으로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파격적인 예우를 갖췄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인준 등 양국 동맹관계의 업그레이드를 축하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첫 번째 파격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 · 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2일(현지시간) 저녁 이 대통령을 한국 식당으로 초청해 비공식 만찬을 가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8분 숙소인 백악관 영빈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전용차에 동승해 7시5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타이슨즈 코너에 있는 한식당 '우래옥'에 도착했다.

이 식당은 1946년 창업한 서울 을지로의 냉면집 우래옥 워싱턴 분점이다. 우래옥을 만찬 장소로 정한 사람은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당초 미국 측 실무진은 경호 문제 등으로 백악관에서 만찬을 준비하려 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 외부에서 만나 격의 없이 얘기하고 싶다"며 기왕이면 한식당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 식당 1층 별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불고기와 야채구이 · 새우튀김을,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비빔밥을 주문했다.

당초 만찬 메뉴는 한정식으로 준비됐지만,오바마 대통령이 불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서 바꿨다는 후문이다. 식당 측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음식을 모두 비웠다.

식사 도중 오바마 대통령의 휴대폰인 블랙베리의 진동이 울렸다. 한 · 미 FTA 이행법안이 상원을 최종 통과했다는 문자보고가 전송된 것.오바마 대통령은 이 소식을 이 대통령에게 전하며 "압도적으로 통과돼 축하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빛났다. 잘된 일"이라며 화답했다.

미 국방부가 12일 이 대통령을 펜타곤(국방부 건물)의 심장부인 작전상황실 '탱크룸'으로 초청해 한반도 안보 정세에 대해 브리핑을 한 것도 파격적이었다. 브리핑에는 미 합참의장과 육 · 해 · 공 각군 수뇌부가 모두 참여했다.

한국 국가원수로는 첫 번째 펜타곤 방문이다.

워싱턴=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