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오일뱅크가 전체 지분의 25%가량을 공모시장에 내놓기로 가닥을 잡았다. 공모 후 91.1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 현대중공업의 지분율은 66~67%로 낮아질 전망이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 접수를 이날 마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국내외 25개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돌리면서 신주 발행과 구주 매출의 비율을 두고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두 방안에서 공모 주식 수 비중은 모두 25%대였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신주를 2400만주 발행하고 구주 4370만893주를 내놓아 전체의 25.18%(6775만893주)를 공모시장에 내놓는 방안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상반기 순이익 2803억원과 정유업계 적정 주가수익비율(PER) 8~10배를 감안하면 공모가는 1만6667~2만834원이 된다. 이때 현대오일뱅크엔 4000억~5000억원,현대중공업엔 7284억~9105억원의 자금이 유입된다. 현대중공업의 지분율은 66.7%로 내려간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신주 4000만주 발행과 구주 3175만893주 매출을 통해 전체의 25.17%(7175만893주)를 공모하는 방안이다. 공모가는 1만5732~1만9664원이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6293억~7866억원,현대중공업은 4995억~6243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의 지분율은 67.2%가 된다.

어떤 방안을 택하느냐에 따라 투자 자금을 회수하려는 현대중공업과 설비 투자 자금을 유치하려는 현대오일뱅크에 유입되는 돈의 액수가 달라진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는 데 쓴 자금 2조5000억원을 회수해야 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 대금을 화학 및 윤활유 설비에 투자하고 부채비율(216%)을 낮추는 데 쓸 계획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두 시나리오 모두 공모 후 대주주 지분율은 안정적"이라며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는 시가총액이 얼마가 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상장은 현대중공업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나리오를 짠 주체도 현대중공업이다. RFP에도 수신인이 현대중공업 기획실장(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업무대리인)으로 기재돼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 시나리오를 두고 "주관사 선정을 위한 평가 목적"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