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8시30분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은 출근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지하철에서 내린 인파는 에스컬레이터에 오르자마자 오른편에 서 있는 사람들과 왼쪽으로 걸어가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빠른 걸음으로 뛰어올라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간간이 에스컬레이터 왼편에 서 있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다른 출근족의 재촉에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걸어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과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08년 6월부터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줄타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3년여가 지났지만 두줄타기 운동의 성과는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역뿐 아니라 기자가 이날 돌아본 10여개 다른 지하철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유가 뭘까. 10년간 이어진 '한줄타기' 캠페인에 따른 시민들의 습관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게 지하철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 대대적인 한줄타기 캠페인을 펼쳤지만 이에 따른 이동 중의 잦은 사고와 기계 고장 때문에 2008년부터 두줄타기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시민들에겐 한줄타기가 익숙한 데다 시간을 절약하려는 생각 때문에 두줄타기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가 이날 만난 한 시민은 "느긋하게 쇼핑하는 백화점에서나 가만히 있지 출근길 지하철에서 누가 두줄타기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두줄타기 운동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면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가 공석호 서울시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75건이었던 안전사고는 지난해 198건으로 불어났다. 5년간 발생한 전체사고 650건 중 89.1%인 581건이 에스컬레이터 탑승 이후 이동하면서 발생한 사고다.

지하철 회사들의 홍보 부족도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줄타기 운동이 시작됐던 2008년에만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쳤을 뿐 그 이후엔 홍보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승강기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두줄타기 운동에 대한 홍보가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