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Cs, 고성장에 재정 두둑…중산층 8억명 'G7 추월'
BRICs, 고성장에 재정 두둑…중산층 8억명 'G7 추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유럽을 구원할 수 있을까. "

지난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유로존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브라질과 중국 등 BRICs 국가 역할론이 제기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도 IMF 총재는 "신흥국들이 유로본드 매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주 흥미롭다"며 도움의 손길을 우회적으로 구했다. 유럽과 미국이라는 자본주의 핵심부를 지탱하기 위해 '싼값에 원자재를 내다 팔고 저임 노동력을 공급'했던 신흥국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신흥국으로 중심이동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BRICs가 2018년 무렵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브라질은 2020년 이탈리아를 넘어서고,인도와 러시아도 각각 스페인과 캐나다를 능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에는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증가의 거의 절반(49.0%)을 담당하면서 글로벌 GDP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진단했다.

비결은 주요 7개국(G7)을 능가하는 경제 성장이다. 미국과 영국 일본 독일이 향후 10년간 1~2% 내외 성장에 그치는 반면 중국과 인도는 7~9%대의 초고속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러시아와 브라질도 G7 국가들보다 두 배 이상 높은 4~5%대 성장률이 예상된다.

BRICs의 위상 변화는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대변되는 IMF 지분율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기준으로 중국의 IMF 지분율 순위는 6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러시아는 10위에서 9위,인도는 11위에서 8위,브라질은 14위에서 10위로 모두 '10위권'으로 진입했다.

미국 국채 보유국 순위에서도 중국이 1위다. 브라질과 러시아 등 3개국이 10위권에 포진해 있다. BRICs가 마음만 먹으면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구할 능력이 있다는 것은 결코 허풍이 아니다.

◆두터워진 신흥국 중산층

신흥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은 중산층의 소비 여력을 키우고 정부 재정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 고성장→중산층 확대→재정의 여유→저소득층 지원→내수시장 확대→경제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8월4일호 '파워시프트(Power Shift)'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0년 신흥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로 20년 전인 1990년과 비교해 두 배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2017년을 기점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의 비중이 역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구매력만을 놓고 보면 BRICs는 이미 전 세계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자동차 판매량이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1026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665만대에 그쳤다.

반면 그동안 세계 경제를 주도해온 G7의 퇴조는 확연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최근 3년간 미국은 2위(2009년)→4위(2010년)→5위(2011년)로 뒷걸음질쳤다. 일본도 8위에서 6위로 올랐다가 다시 9위로 처졌다. 자칫하면 10귄 밖으로 밀릴 처지다.

◆지갑 두둑해진 정부의 빈곤층 지원

BRICs는 최근 연 7~9%에 달하는 고성장을 토대로 소득 양극화 해소와 중산층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브라질은 2003년부터 현금 지원과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병행하는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정책을 통해 빈곤층을 줄이고 있다. 칠레 정부는 경제사회안정기금(Economic and Social Stabilization Fund)을 조성해 경제 성장과 빈곤층 구제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로 고성장을 구가하는 신흥국들은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한 저소득층 지원을 통해 거대한 중산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BRICs의 중산층 인구(연소득 6000~3만달러)를 G7 전체 인구(7억명)보다 많은 8억명으로 추산했다. 2020년엔 두 배인 16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임일섭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센터장은 "BRICs 국가는 경제 성장을 토대로 중산층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