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경제 전문가들로 이뤄진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20명 전원이 오는 1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현재 연 3.25%)을 예상했다. 70%(14명)는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 '10월 경제전망' 설문조사에서다.

◆대외 불안과 경기 둔화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전원 "10월 금리 동결될 것"
전문가들이 10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대외 불안과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였다. 유럽 재정위기가 계속 확산되고 있는 데다 미국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도 있어 기준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논리다.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점도 고려 요인이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물가 부담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75%의 전문가가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도 한은의 물가 억제 상한선(4%)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 압력은 점차 둔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금리 정상화(금리 인상)'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여건상 힘들다고 진단했다.

박형중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친 마당에 무리하게 금리 인상을 할 필요는 없다"며 "현 시점에서 금리 인상은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전원 "10월 금리 동결될 것"

◆최우선 과제는 외화유동성 관리

향후 정책 당국이 가장 신경써야 할 분야로는 전문가의 45%가 외화 유동성 관리를 꼽았다. 유럽 위기로 최근 원 · 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나들고 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이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과 가계부채 해소를 정책 우선순위로 제시한 전문가도 각각 20%에 달했다.

반면 물가 억제는 10%에 그쳤다. 9월 조사 때는 물가 억제가 35%로 가장 많았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는 '4% 이상'과 '4% 미만' 응답이 각각 50%로 같았다. 그러나 20명이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평균은 3.9%가량으로 4%를 밑돌았다.

◆통화스와프는 반대가 약간 우세

최근 이슈로 떠오른 한국과 미국의 통화스와프(중앙은행 간 통화 맞교환)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은 필요 없다'는 응답이 55%,'지금 당장 체결해야 한다'가 45%로 반대 의견이 약간 우세했다. 임일섭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센터장은 "국내 달러 유동성 여건이 아직 심각하게 악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통화스와프 논의는 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주요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를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며 "통화스와프는 보험과 같아 문제가 생긴 뒤 추진하기보다 미리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