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가 세간의 관심을 끌면서 아동 ·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19세 미만 아동 ·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무거운 처벌과 신상 공개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성범죄자 신상 공개 시스템인 '성범죄자 알림e'에는 7일 기준 982명의 성범죄자 신상정보가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개정된 '아동 ·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세 미만 아동 · 청소년 대상의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자는 해당 시스템의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된다. 일반 시민들도 성인 인증만 하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다세대 주택에 성범죄자 많아

'성범죄자 알림e'에 따르면 시 · 도 가운데 성범죄자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로 218명이었다. 이어 △서울(136명) △부산(87명) △전남(63명) △경남(60명) 순이다. 가장 적은 곳은 충북(18명).기초자치단체별로 보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곳은 충남 천안시로 17명에 달했다. 제주시(15명),경기 평택시와 시흥시,충남 천안시 및 광주 남구가 13명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에선 은평구가 13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중랑구(10명) △강서구 구로구 양천구(8명) △금천구 노원구(7명) 순이었다. 반면 서초구(2명) 강남구(1명) 용산구(1명) 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강정민 여성부 아동청소년보호과장은 "통계적으로 볼 때 주로 다세대주택이 많은 지역에 성범죄자가 많이 사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성범죄자가 많이 사는 지역에 피해자들 역시 많다"고 지적했다. 여성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된 성범죄자 1005명의 성범죄 동향을 분석한 결과 아동 · 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의 47.3%가 범행 발생지역과 가해자 거주지역이 동일했다. 가해자가 자신의 거주지 주변에서 피해 대상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신상 공개 성범죄자 10%도 안돼

여성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해당 사이트가 개설된 이후 매달 '성범죄자 알림e'에 새로 등록되는 성범죄자 수는 100여명 수준이다. 지난 4월 '성범죄처벌특례법'이 개정되면서 19세 이상 성인 대상의 성범죄자 정보도 등록되고 있다.

하지만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는 지난해 1월 이후 유죄 판결을 받은 자에 국한된다. 성범죄자에 대한 인터넷 신상 공개를 담은 '아동 ·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2009년에 개정됐기 때문에 그 이전의 성범죄자에 대해선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성부 추산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아동 · 청소년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파렴치범은 1만명이 넘는다. 현재 신상정보 공개 시스템에는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성범죄자의 신상만 공개돼 있는 셈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하지만 최근 법원 판결이 대부분의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추세로 가고 있는 건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