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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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제조업체인 도요타자동차가 6일 자동차 생산 정상화를 선언했다.
올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직후 50% 이하로 떨어졌던 공동 가동률은 100%로 회복됐다. 대지진 이후 겪었던 자동차 부품 부족 현상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당초 도요타자동차가 예상했던 정상화 시기인 11월보다 두 달 빠르다. 회사 측은 지난 4월 자동차 생산 정상화 시기를 11-12월께로 발표했다. 일본 대표 기업인 도요타자동차가 회복된 것은 대지진 발생 이후 7개월 만에 일본 경제가 서서히 기력을 되찾고 있다는 방증이다.
요즘 만나는 기업인이나 일반인을 만날 때 ‘엔화 강세’ 배경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경제가 다 망하게 됐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왜 통화 가치가 치솟고 있냐는 질문이다.
올 3월 대지진 직후 우리나라에선 일본경제가 이제 완전히 끝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IT(정보통신),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승승장구하면서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와 함께 일본 경제의 쇠퇴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꽤 많았다.
일본이 사상 최악의 지진 피해를 겪고 있지만 엔화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말 이상한 현상이다. 10월 6일 현재 엔화와 원화의 매매기준율은 100엔 당 1557원이다. 지진 이후 원화 가치는 엔화에 비해 20% 이상 폭락했다. 필자가 일본에 근무했던 2005년 무렵 750엔 선과 비효하면 원화 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환율에 대해선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한 나라의 ‘통화 가치’는 국력, 특히 경제력의 상징이다. 미국이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금융 불안이 고조되도 달러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세계 유일의 ‘슈퍼 파워’인 미국의 글로벌 경제 영향력 때문이다.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가 일본을 많이 쫓아갔다고 해도 통화 가치로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일본 경제의 펀드멘털(기초 체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게 동일본대지진 이후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사상 최고의 엔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의 수출이 줄지 않고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일본의 8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대지진 피해 여파에다 통화 강세를 고려한다면 대단한 실적임이 분명하다. 일본 제조업의 경우 세계 각국 기업들이 쓰는 핵심 부품이나 생산 설비가 많아 통화 가치가 올라가도 수요 업체들은 수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품 등 중소 기업이 강한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을 반영한다.
일본 기업들은 ‘엔고’를 활용해 해외 기업들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 올 들어 일본 기업들이 사들인 아시아 기업만도 143개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최근 1000억달러의 기금을 만들어 기업의 해외 M&A와 자원 확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통화 강세를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올 하반기 들어 유럽 재정위기를 시작으로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아 주가와 통화가 폭락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반면 일본은 튼튼한 기초 체력을 배경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덜 위험함) 국가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외국 자본이 몰려오고 있다.
위기에 강한 ‘일본’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일본 경제가 최악의 대지진 사태에도 큰 어려움 없이 안정을 되찾은 것은 ‘인내’하고 ‘공생’하려는 국민들의 의식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2만1000여명이 사망(실종자 포함)한 대재난 속에서 일본인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원전의 ‘방사능 유출’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위 등 사회적 동요가 크진 않다.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를 맞아 고통을 참고 순응하려는 일본의 보통 사람들이 일본경제 안정의 일등 공신이다.
일본 사람들은 위기 때마다 일본의 전국시대를 통일로 이끈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3인을 떠올린다. 그중에서도 끝까지 인내하면서 통일 일본을 이끈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가장 존경한다. 모진 고통을 이겨내고 인고의 세월을 거쳐 전국을 통일한 도쿠가와는 세 사람 중 인내심이 가장 강한 인물이었다.
세계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흔들리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이 대지진의 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인내’의 ‘위대함’을 알게 됐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는 가장 인내하는 국가가 되지 않을까?
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올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직후 50% 이하로 떨어졌던 공동 가동률은 100%로 회복됐다. 대지진 이후 겪었던 자동차 부품 부족 현상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당초 도요타자동차가 예상했던 정상화 시기인 11월보다 두 달 빠르다. 회사 측은 지난 4월 자동차 생산 정상화 시기를 11-12월께로 발표했다. 일본 대표 기업인 도요타자동차가 회복된 것은 대지진 발생 이후 7개월 만에 일본 경제가 서서히 기력을 되찾고 있다는 방증이다.
요즘 만나는 기업인이나 일반인을 만날 때 ‘엔화 강세’ 배경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경제가 다 망하게 됐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왜 통화 가치가 치솟고 있냐는 질문이다.
올 3월 대지진 직후 우리나라에선 일본경제가 이제 완전히 끝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IT(정보통신),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승승장구하면서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와 함께 일본 경제의 쇠퇴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꽤 많았다.
일본이 사상 최악의 지진 피해를 겪고 있지만 엔화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말 이상한 현상이다. 10월 6일 현재 엔화와 원화의 매매기준율은 100엔 당 1557원이다. 지진 이후 원화 가치는 엔화에 비해 20% 이상 폭락했다. 필자가 일본에 근무했던 2005년 무렵 750엔 선과 비효하면 원화 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환율에 대해선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한 나라의 ‘통화 가치’는 국력, 특히 경제력의 상징이다. 미국이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금융 불안이 고조되도 달러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세계 유일의 ‘슈퍼 파워’인 미국의 글로벌 경제 영향력 때문이다.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가 일본을 많이 쫓아갔다고 해도 통화 가치로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일본 경제의 펀드멘털(기초 체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게 동일본대지진 이후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사상 최고의 엔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의 수출이 줄지 않고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일본의 8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대지진 피해 여파에다 통화 강세를 고려한다면 대단한 실적임이 분명하다. 일본 제조업의 경우 세계 각국 기업들이 쓰는 핵심 부품이나 생산 설비가 많아 통화 가치가 올라가도 수요 업체들은 수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품 등 중소 기업이 강한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을 반영한다.
일본 기업들은 ‘엔고’를 활용해 해외 기업들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 올 들어 일본 기업들이 사들인 아시아 기업만도 143개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최근 1000억달러의 기금을 만들어 기업의 해외 M&A와 자원 확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통화 강세를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올 하반기 들어 유럽 재정위기를 시작으로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아 주가와 통화가 폭락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반면 일본은 튼튼한 기초 체력을 배경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덜 위험함) 국가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외국 자본이 몰려오고 있다.
위기에 강한 ‘일본’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일본 경제가 최악의 대지진 사태에도 큰 어려움 없이 안정을 되찾은 것은 ‘인내’하고 ‘공생’하려는 국민들의 의식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2만1000여명이 사망(실종자 포함)한 대재난 속에서 일본인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원전의 ‘방사능 유출’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위 등 사회적 동요가 크진 않다.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를 맞아 고통을 참고 순응하려는 일본의 보통 사람들이 일본경제 안정의 일등 공신이다.
일본 사람들은 위기 때마다 일본의 전국시대를 통일로 이끈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3인을 떠올린다. 그중에서도 끝까지 인내하면서 통일 일본을 이끈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가장 존경한다. 모진 고통을 이겨내고 인고의 세월을 거쳐 전국을 통일한 도쿠가와는 세 사람 중 인내심이 가장 강한 인물이었다.
세계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흔들리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이 대지진의 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인내’의 ‘위대함’을 알게 됐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는 가장 인내하는 국가가 되지 않을까?
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