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로 인정받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이번 전국체전 출전을 통해 후배들에게 운동 선수도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김철 우림개발 대표(38 · 사진)는 국가대표 수구(水球)선수 출신이다. 그는 지난 5일 경기 고양에서 개막한 전국체전에 출전 중이다. 국가대표는 아니지만 경북 대표로 경기를 뛴다. 우림건설 중국 지사장을 지낸 2006~2007년 2년을 제외하곤 고교 1학년 때부터 해마다 참가했다. 벌써 20번째 출전이다. 그가 수구를 계속하는 이유는 운동선수 때 가졌던 정신력과 체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전북체고와 한국체대를 나온 김 대표가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중견 건설회사인 우림건설의 평사원으로 입사한 것은 2001년이다. 심영섭 우림건설 회장이 그의 사촌매형이다. 부동산 개발 계열사인 우림개발 대표에까지 오른 데에는 인척관계 덕도 있을 것이지만 그는 분명한 목표의식과 끝없는 노력이 없었다면 최고경영자(CEO)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더군요. 운동선수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개인 훈련으로 극복해내야 하듯 입사 이후 7년간은 주말 휴일은 물론 휴가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중국 지사장 시절 직원들이 아무도 휴가를 가지 않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지사장이 안 가는데 어떻게 가느냐고 하더군요. 그때 처음 휴가를 갔습니다. "
운동선수였던 그에게 부동산업계나 사회 인맥은 없었다. 김 대표는 "저녁 술자리와 미팅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관계를 맺었다"며 "그때는 운동선수 같은 긍정적 마인드로 극복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외로웠던 시기"라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영어 일어 중국어 등 3개 국어를 구사한다. 수구를 체계있게 배우려고 일본 유학을 준비할 때 독학으로 일본어를 배워 지금은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다. 유학 목적지를 일본에서 호주로 바꿔 그곳에서 영어를 배웠다. 중국 지사장 재직 때는 중국어를 익혔다.
그가 2009년부터 이끌고 있는 우림개발은 직원 200여명,연간 매출 200억원 규모다. 휴게소 사업과 우림건설 신성장동력인 부동산 개발을 담당하는 회사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그가 생각하는 신성장동력은 협업이다.
"체육인으로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이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인맥을 만들었지요. 사업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
그래서 고안한 게 '플랫폼 방식'이다. 각 분야 전문회사가 모여 능력과 리스크를 공유하는 것이다. 우림건설과 한국 미국 호주의 회사가 모여 베트남의 스포츠산업 분야에 진출하려는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림건설은 이 사업에서 베트남에 경기장을 건설한다.
그의 최종 목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다. 운동선수는 운동만 한다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호주에 가보니 국가대표 수구선수 출신의 의사,변호사,금융인이 참 많았다"고 말했다. 또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는 방향으로 현실이 개선된다면 체육인들은 강한 정신력과 팀워크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며 웃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