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피죤 창업자 이윤재 회장(77) 회장이 이은욱 전 피죤 사장(55)의 청부 폭행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10시간 가량 고강도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경찰은 이 회장에게 7일 재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5일 오후 2시부터 11시30분까지 이 회장을 상대로 이 전 사장을 폭행하라고 지시했는지 여부와 폭행을 대가로 회사 임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3억원의 출처를 집중 추궁했다.이 회장은 일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주요 혐의 중) 60% 정도를 확인했고 나머지 40%는 모레 확인할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밤 11시22분 강남경찰서 조사실에서 나온 이 회장은 다소 지친 표정으로 ‘혐의 사실을 인정했나’,‘3억원은 왜 줬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했다”고 답한 뒤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경찰서를 떠났다.오후 10시께 조사를 마친 이 회장은 경찰의 신문 조서를 꼼꼼하게 확인하느라 1시간반 가까이 늦게 돌아갔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1시51분께 검은색 제네시스 승용차를 타고 환자복 차림으로 경찰서에 도착했다.지병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그는 거동이 불편한 듯 남성 2명의 부축을 받았다.그는 “청부폭행 혐의를 인정하느냐” “조직폭력배들에게 준 자금 출처는 어디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은 채 1층 진술녹화실로 조사를 받으러 들어갔다.수사 초기에는 건강상 이유를 들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으나 이후 차츰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회장이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작은 목소리로 진술해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고 ‘잠깐 쉬었다 하자’는 말을 반복했지만 이후 조사에 속도가 붙었다”고 전했다.이 회장에게는 저녁식사로 설렁탕이 제공됐다.조사는 형사과 강력4팀장 등 2명이 맡았으며 김앤장 변호사가 입회했다.경찰은 이 회장을 7일 한 차례 더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며 “범행 자료를 폐기하거나 연루자를 잠적시킬 가능성,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전 사장에게 또다시 위력을 가할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임 4개월 만인 지난 6월 해임되자 피죤을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한 이 전 사장은 지난달 5일 자택 앞에서 괴한에게 폭행당했다.경찰은 이 전 사장을 폭행한 조직폭력배 김모씨(34) 등 3명과 이를 청부한 피죤 영업본부 인사·재무 담당 김모(50) 이사를 구속했다.경찰은 또 지난 4일 김 이사가 사용하던 인천 부평구 피죤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