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프랑스의 궁전 위에 배가 날아다닌다. 돛 대신 공기주머니가 배를 하늘로 부양시킨 것이다. 배들은 서로 대포를 쏘며 추격전을 펼친다. 포탄을 맞은 배는 교회 첨탑 위로 추락한다. 궁전 위로 떨어져 대리석 파편을 사방으로 튀기기도 한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창조한 이 장면은 진짜처럼 무게감이 느껴진다.

인물들의 액션도 단순한 칼싸움이 아니다. 판타지 액션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눈부신 아크로바틱 몸동작이 어우러진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삼총사3D'(폴 W S 앤더슨 감독)가 오는 12일 개봉한다.

같은 날 선보이는 '리얼 스틸'(숀 레비 감독)도 시각효과를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다. '삼총사 3D'는 사극에 판타지를 입혔고,'리얼 스틸'은 SF에 판타지를 채색했다. 특수효과 중심의 판타지가 대세로 자리잡은 할리우드의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들이다.

'삼총사3D'는 공중 액션을 강조하기 위해 줄거리를 약간 변형했다. 프랑스 왕의 친위대인 삼총사가 세계 최초의 비행선 설계도 암호를 갖고 베니스 총독 저택에 모인다. 그러나 삼총사의 맏형인 아토스의 연인 밀라디(밀라 요보비치)가 암호를 빼내 악명 높은 버킹엄 공작(올랜도 블룸)에게 넘겨주면서 사건이 복잡해진다.

'정의의 여전사' 이미지가 강한 밀라 요보비치가 사랑을 미끼로 남자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요부,달콤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올랜도 블룸이 비열한 악당 역을 각각 맡았다. 액션뿐 아니라 배역에서도 기존 스타일과 이미지를 뒤집으려는 시도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독일 뮌헨의 레지덴츠 궁전과 정원,독일 남부 지역의 고성 등이 촬영 현장으로 동원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크리스찬 디올의 디자인을 혼합했다는 400여벌의 고전 의상들도 스크린을 현란하게 수놓는다.

'리얼 스틸'은 2020년 미래의 뉴욕으로 날아가 로봇들의 복싱 세계를 담아낸다. 인간이 조종하는 대형 로봇들이 링에 올라 싸우는 것이다. 2m 이상의 큰 로봇들이 권투선수처럼 날렵하게 몸을 움직이며 주먹을 날린다. 이들은 '트랜스포머'의 로봇처럼 세련된 첨단기기가 아니다. 고철을 연상시키는 깡통 로봇이다. 황소와 로봇이 치고받다가 황소 뿔에 받힌 로봇의 몸체가 두 동강 나기도 한다. 이런 장면들은 실물 로봇을 제작한 뒤 모션 캡처 기술로 촬영해 사실감이 넘친다.

모히칸 헤어스타일의 로봇,온 몸에 한자가 쓰인 로봇,두 개의 머리를 가진 로봇까지 다양한 모습들이 흥미를 배가시킨다. 실물 로봇들은 배우들의 연기에도 도움을 줬다. 허공에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눈 앞에 진짜 로봇을 두고 연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휴 잭맨은 "연기 도중 기계들에 감정적으로 이입되곤 했다"며 "그들과 진짜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휴 잭맨은 10년 만에 만난 어린 아들 맥스(다코다 고요)과 함께 로봇을 조종하는 전직 복서 찰리 켄튼 역.여기서 어리숙한 켄튼은 늘 실패하거나 말썽을 일으킨다. 오히려 아들이 치밀한 전략가다. 아버지와 아들 역할이 전도된 셈이다. '아바타'를 촬영한 마우로 피오레가 카메라 감독,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자로 나섰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