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경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5일 대표직 사퇴 의사를 접었다. 당내 반대 의견이 압도적인 데다 당 대표직 사퇴가 자칫 경선 불복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부담에 하루 만에 '회군'을 결정한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대표가 책임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당 고문,중진,의원들이 사의를 만류하고 당론으로 사퇴 철회를 결의했다"며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끝까지 이끌고 당 혁신에 매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1야당으로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중대한 과오에 대한 책임을 안고 가되 민주진보진영 통합에 최선을 다하면서 10 · 26 재 ·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손 대표의 사퇴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발언대에 선 9명의 의원들은 "지금은 손 대표가 중심이 돼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할 시점"이라며 전원 사퇴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평소 손 대표와 각을 세워온 정동영 최고위원도 "손 대표의 사퇴 반대는 당의 명령"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김진표 원내대표와 정장선 사무총장은 이 같은 의원총회 의결 내용과 당내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분당 손 대표 집을 찾아 설득에 나섰다. 손 대표는 예상을 뛰어넘는 '사퇴 후폭풍'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퇴 철회 파동 과정에서 손 대표는 후보 단일화 경선 이후 당내에서 불거질 뻔했던 책임론을 잠재운 것으로 평가된다. 경선 룰을 준비할 때 비주류 측 정동영 최고위원,천정배 전 최고위원과 마찰을 빚으면서 외부 인사 영입론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없애버린 것도 손 대표로서는 이득이다. 선제적으로 대표직을 내놓음으로써 역설적으로 당내 무게감을 재확인한 것도 수확이다.

그렇지만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손 대표가 재 · 보선과 전당대회 준비,야권 대통합 추진 등 정치적 임무가 막중한 상황에서 대표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은 개인의 이미지 관리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