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계업계의 국제적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

권오형 한국공인회계사회장(64 · 사진)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한국이 2015년 열리는 제19차 아시아태평양회계사연맹(CAPA) 콘퍼런스 개최지로 결정된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대목에서다. 권 회장과 임석식 한국회계기준원장,이종천 한국회계학회장 등으로 구성된 39명의 유치단은 지난달 7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결선투표에서 인도를 따돌리고 4년마다 개최되는 CAPA 콘퍼런스를 유치했다. 이로써 한국은 1989년 제12차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CAPA 콘퍼런스를 개최하게 된다. 1957년 설립된 CAPA는 한국 미국 일본 등 아시아 · 태평양 지역 24개국 31개 회계사단체가 가입해 있다.

권 회장은 4일 열리는 한국공인회계사회 이사회에 이번 콘퍼런스 유치건을 정식 보고하고 준비위원회 구성 등 개최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는 1969년 공인회계사가 된 이래 2005년부터 삼덕회계법인 대표를 맡고 있다. 2008년부터는 제39,40대 한국공인회계사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권 회장은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 온 국제 회계업계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온실가스 배출권 같은 기후변화 문제,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아직 선진국에서도 명확한 회계처리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분야에서 한국이 이론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이번 콘퍼런스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CAPA 콘퍼런스는 비유하자면 글로벌 회계사 업계의 아시안게임"이라며 "차이가 있다면 실제 아시안게임엔 막대한 시설 투자비가 들어가지만 CAPA 콘퍼런스는 단 1원의 투자도 없이 국가 부가가치를 높이고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CAPA 콘퍼런스에 오는 회계사들은 참가비부터 비행기값과 숙박비까지 모두 본인들이 부담한다. 2015년 9월 콘퍼런스 기간 전후로 3000~5000명의 아 · 태지역 회계사 및 그 가족이 서울과 지방 호텔에서 숙박하고 관광 · 쇼핑을 하며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관광 효과는 최소 5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권 회장은 "콘퍼런스 참가자들이 한국 관광을 많이 하도록 평창 동계올림픽이나 한류스타 등과 연계한 여행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특히 20만명에 달하는 중국 회계사들의 참가를 최대한 늘리는 방안을 찾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등 일부 개발도상국 회계사들에겐 콘퍼런스 무료 참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라고 소개했다. 회계서비스 수출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가 2009년부터 도입한 복식부기 · 발생주의 정부회계는 앞으로 동남아 등에서도 채택할 전망입니다. 한국은 아 · 태지역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을 조기 도입한 국가에 속하기도 하지요. 2015년 콘퍼런스를 한국의 기업 및 정부회계기준의 우수성을 적극 알리고 이를 동남아 등에 수출하는 디딤돌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