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올해 20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낼 전망이다. 대출금리를 올리고 예금금리를 낮추면서 예대마진율(대출이자율-예금이자율)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확대된 덕분이다. 정부가 지난 8월부터 가계대출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되레 은행 이익을 늘려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올해 사상 최대 이익"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올 1분기 4조5000억원,2분기 5조5000억원으로 총 10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 순익 중 특별이익인 현대건설 지분 매각분을 제외해도 3조1000억원에 달했다.

은행들은 하반기에도 이 같은 순익 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국민 · 우리 · 신한 · 하나 · 기업 · 외환 · 부산 · 대구 등 8개 은행과 금융지주의 3분기 순익에 대한 증권사 추정치를 평균내 보니 3조2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종전 최대였던 2005년 3분기 실적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영업경쟁이 격화되면서 순익 증가세가 꺾일 것이란 당초 예상을 뒤집는 결과다.

2005년엔 은행계 카드 계열사들이 정상화되면서 '카드 대란' 당시 쌓아놨던 충당금이 대거 환급됐던 효과를 봤었다. 금융계 관계자는 "8개 은행의 3분기 순익만으로도 현대건설 매각이익을 제외한 은행권 전체의 2분기 순익을 간단하게 넘어설 것"이라며 "4분기에도 이 추세가 이어지면 농 · 수협을 포함한 18개 은행들의 연간 순익이 종전 최대였던 2007년의 15조원을 넘어 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규제로 예대마진 되레 확대

은행 순익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예대마진이 지속적으로 확대된 데다 부실채권 규모도 줄고 있어서다. 2000년대 중반까지 3%포인트대 초반(잔액기준)을 유지하던 은행권 평균 예대마진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2.61%포인트까지 낮아졌다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 올 들어 2.9%포인트 초 · 중반을 기록하면서 조만간 '3%포인트 선'을 돌파할 기세다.

특히 정부가 8월 시행한 가계대출 규제가 은행권의 예대마진 확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7월 연 5.46%에서 8월 5.58%로 한 달 사이 0.12%포인트 뛰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의 대출금리 상승폭(0.16%포인트)에 육박한 것이다. 반면 신규 저축성예금 금리는 7월 연 3.79%에서 8월 3.76%로 오히려 하락했다.

어차피 가계대출을 옥죄야 했던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주도적으로 높인 반면 저축은행 사태가 심화하면서 예 · 적금이 몰리자 수신금리를 낮췄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은행권이 예대마진을 확대해 '순익 잔치'를 벌이는 데 대해 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대형화를 통해 힘이 세진 은행들이 공공성을 외면하는 꼴"이라며 "서민대출 보증을 확대하거나 대출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