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이 곳곳 여전한 '쓰레기 山'…그래도 들녘은 희망의 황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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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 리포트 - '대지진 7개월' 센다이를 가다
도로 양쪽에 '폐차 무덤' 수십곳…바닷물 먹은 지반 1m 내려앉아
도로 양쪽에 '폐차 무덤' 수십곳…바닷물 먹은 지반 1m 내려앉아
'힘내자 도호쿠!(がんばろう 東北)'
일본 센다이시와 인근 지역 곳곳에는 이 같은 문구가 걸려 있었다. 대참사로 인한 피해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한 일본 사회의 움직임은 차분하고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3 · 11 도호쿠 대지진이 발생한 지 7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센다이는 여전히 대지진의 후폭풍을 겪고 있었다. 주오사카 한국총영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3월 대지진 이후 발생한 진도 4 이상의 지진이 200회에 이른다. 기자가 센다이에서 묵었던 29일 새벽에도 진도 3 정도의 지진이 있었다.
센다이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길 양쪽에는 수백여대의 자동차가 빽빽하게 주차돼 있었다. "모두 쓰나미 당시 물에 잠겼던 차들입니다. 이런 '자동차의 무덤'이 센다이 인근에만 수십여곳입니다. " 버스 기사의 설명에서는 대지진의 상처로 인한 피로감이 묻어났다. 시내 한복판에도 플라자호텔 건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더 큰 피해는 지반 액상화다. 해일로 인해 바닷물이 땅으로 스며들면서 땅이 흐물흐물해진 것이다. 김정수 총영사는 "액상화로 지반이 1m 이상 내려앉아 해안 마을에서는 만조 때마다 바닷물이 차올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지역 재건도 '탈원전,친환경'이라는 원칙만 잡혔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센다이 외곽에 있는 히가시마쓰시마(東松島)시에는 대지진의 흔적이 더욱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이 시는 쓰나미 피해가 가장 컸던 해안가 마을 가운데 하나로 사망자만 1045명,행방불명이 88명에 이를 정도다. 1층이 완전히 부서진 가옥들이 곳곳에 방치돼 있었고 무너진 도로표지판 역시 참사 당시의 모습 그대로였다.
시는 해안가의 미야기현 소유 부지 4만㎡를 지진 쓰레기 수거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매일 트럭 1000여대가 오가며 쓰레기를 나르고 있다. 거대한 쓰레기산이 10여개 만들어졌지만 시 전체 쓰레기 150만t 가운데 절반가량을 수거한데 그친 상태다. 쓰레기 처리장을 책임지고 있는 시 환경과 스즈키 가쓰도시 씨는 "앞으로 3~5년에 걸쳐 쓰레기를 모두 처리한다는 것이 시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지진의 상흔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센다이시는 재해 복구를 위해 1차 추경예산으로 4조엔을 투입한 데 이어 2,3차 추경으로 14조엔을 요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대지진 당시 활주로로 바닷물이 거세게 밀려드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생하게 중계됐던 센다이 공항은 운항편을 속속 재개하고 있다.
히가시마쓰시마시를 떠나는 길, 쓰나미에 휩쓸려 온 배 한 척은 주인을 잃은 채 논바닥에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어느새 노랗게 익은 벼가 추수를 기다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상처와 희망이 공존하는 도호쿠 지역의 모습이었다.
센다이=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