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살해 후 이틀 이내,새벽 시간대,범행장소에서 30㎞ 떨어진 곳…살인범들이 시체를 유기할 때 선호하는 조건이다.현직 범죄분석요원(프로파일러)이 살인범들의 시체 유기 성향을 분석했다.30일 오후 경찰청에서 열린 제5회 범죄행동분석 학술세미나에서다.김해선 부산지방경찰청 경감은 부산·경북·경남·대구지방경찰청의 사례를 취합·분석해 ‘시체이동의 시공간적 특징’을 발표했다.

경찰청의 과학적범죄분석시스템(SCAS)에서 시체가 이동된 살인사건 132건 중 범행현장에서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경우 54건을 분석했다.김 경감에 따르면 살해 후 이틀 이내에 시체를 유기한 경우가ㅏ 43건(79.6%)으로 압도적이었다.이 중 살해 후 수 시간 내에 시체를 유기하는 경우가 29건(53.7%)으로 가장 많았다.

이틀 이내에 유기한 경우 대부분 ‘자정에서 오전 4시’ 사이에 범행을 저질렀다.일주일 이상 지난 뒤 시체를 유기한 경우도 있었지만 2건(3.7%)에 불과했다.김 경감은 “이런 경우 피해자와 오랫동안 단 둘이 살았거나 치정살인사건인 경우가 많았다”고 부연했다.

범행현장에서 30㎞ 이내 떨어진 곳에 시체를 유기한 사건은 87%(47건)에 육박했다.‘0.3㎞ 이하’와 ‘1~10㎞’ 구간이 각각 13건(24.1%)으로 뒤를 이었고 ‘10~20㎞’‘20~30㎞’ 구간도 각각 9건(16.7%)이었다.

유기장소로 선호한 곳은 △노상(30.3%) △산(28.5%) △하천(14.2%) △차량 내(8.9%) △바다(7.1%) 순이었다.살해현장 인근에 유기하는 경우는 산이 가장 많았고,그렇지 않은 경우는 노상·하천의 비율이 높았다.김 경감은 “자신의 근거지를 벗어난 경우 상대적으로 시체 처리 자체를 고심하기 보다 시체를 빨리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살인범들이 선호하는 시체유기 장소는 ‘익숙한 장소’였던 경우가 83.9%에 육박했다.전·현 근거지와 가족의 근거지 등 자신과 관련있는 장소를 선호했다.한편 이날 학술세미나는 2006년 처음으로 개최한 이래 매년 열리는 정례행사다.조현오 경찰청장은 “예전에는 제법 큰 강력사건인데도 접근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20년 가까이 지나니 이제는 수사본부를 꾸린 사건 중 미해결 사건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자평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