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이중 잣대를 사용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국가들과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친 아시아 국가들을 관련 사례로 29일 보도했다. IMF는 당시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에 엄격한 처방이 따른다는 조건으로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금융사가 폐쇄되거나 국영화,통 · 폐합되는 고통을 감수했다.

WP는 하지만 IMF가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의 국채에 투자한 유럽 금융사들에 대해서는 차별대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이들 금융사가 반드시 투자자금을 상환받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IMF 이사진에 유럽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어 이런 이중 잣대가 사용되고 있다는 게 WP의 비판이다. 유럽국가들의 IMF 총 지분도 36%로 가장 많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신임 IMF 총재 역시 그리스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재무장관 출신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몇몇 금융사를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일찌감치 그리스 채권 투자자들에 가혹한 처방을 내렸다면 유럽 금융위기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스 국채에 투자한 유럽 금융사들이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독일의 주장 등 자성론이 있지만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IMF는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반박했다. 2008년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한 국가에서 발생한 위기가 전 세계 경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져 섣부른 대응으로는 오히려 화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