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서울여상의 '빅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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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인플레에 유쾌한 반란…교육시스템 개혁 불씨 삼아야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서울여상은 취업시즌이 오히려 반갑다. 학생들을 보내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85주년 개교기념일을 하루 앞둔 28일까지 3학년 취업반 학생 175명 가운데 이미 96명은 갈 곳이 확정됐다. 연말 내지 내년 1월까지는 거의 모두 취직이 될 것이라니 취업난이 무색할 지경이다.
학교 측은 새삼 놀라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 취업률을 보면 과장이 아니다. 올 2월에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98.9%였고 2009년은 100%로 만점이었다. 2006년부터 최근 5년간 최저치가 98%였으니 일자리를 못 구하는 게 비정상일 정도다. 취업하는 기업도 유명 보험사와 증권사 같은 금융회사가 많고 나머지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즐비하다. 학교에서 일찌감치 금융에 특화해 1학년 때부터 경제 · 금융 교육을 시키고 실물을 익히도록 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올해는 시중은행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등에서도 요청이 들어온다는 게 37년째 취업을 지원하고 있는 최기순 금융정보과 주임교사의 설명이다. 이쯤 되면 일류대학 인기학과 졸업생들도 부러워할 '빅 서프라이즈'다.
서울여상의 성과는 우리 사회의 학력인플레에 대한 유쾌한 반란이다. 대학에 들어가려고 그렇게들 난리법석이지만 막상 취업률은 절반을 겨우 웃돌 뿐인 대학교육에 대한 부정이다. 실제 지난해 4년제 일반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51.9%(전문대는 55.6%)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대학 수능시험 응시자는 마냥 늘어 작년에는 전년보다 7만8000명 이상 급증한 63만8216명이나 됐다.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이 8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이유다. 우리 사회에서 학연이 지연 혈연과 함께 뿌리 깊은 지대(rent)를 형성한 결과 대학졸업장이 출세를 위한 일종의 면허증처럼 돼버린 것이 기형적인 진학률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졸자의 완전고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성장률 1%는 대략 10만명의 고용을 창출한다고 한다. 지난해 일반대와 전문대를 합친 졸업자는 총 47만명이었다. 일자리를 이들에게만 준다고 해도 4.7%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기껏 4% 중반 정도다. 우리 경제가 대졸자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대학생이 과잉이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게다가 고급 인력의 유휴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또 얼마나 큰가. 대학졸업 때까지 들어갔던 교육비가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 세대는 학비를 대기 위해 노후를 준비할 겨를도 없다. 재앙도 이런 재앙이 없는 것이다.
고졸자 채용 확대가 얼마나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낙관적인 전망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당장 MB정부가 미는 고졸자 우대 인사정책도 내년까지는 계속될 수 있겠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학력을 기득권으로 간주하는 잘못된 관행이 하루아침에 해소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여상이 피우는 불씨를 살려가야 한다. 전문계 고교조차 대학 진학반이 취업반보다 7 대 3의 비율로 많은 현실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인력을 어떻게 양성하고 배치할지를 전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대학을 왜 가고 대학은 어째서 존재해야 하는지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해볼 때가 됐다.
학교 측은 새삼 놀라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 취업률을 보면 과장이 아니다. 올 2월에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98.9%였고 2009년은 100%로 만점이었다. 2006년부터 최근 5년간 최저치가 98%였으니 일자리를 못 구하는 게 비정상일 정도다. 취업하는 기업도 유명 보험사와 증권사 같은 금융회사가 많고 나머지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즐비하다. 학교에서 일찌감치 금융에 특화해 1학년 때부터 경제 · 금융 교육을 시키고 실물을 익히도록 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올해는 시중은행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등에서도 요청이 들어온다는 게 37년째 취업을 지원하고 있는 최기순 금융정보과 주임교사의 설명이다. 이쯤 되면 일류대학 인기학과 졸업생들도 부러워할 '빅 서프라이즈'다.
서울여상의 성과는 우리 사회의 학력인플레에 대한 유쾌한 반란이다. 대학에 들어가려고 그렇게들 난리법석이지만 막상 취업률은 절반을 겨우 웃돌 뿐인 대학교육에 대한 부정이다. 실제 지난해 4년제 일반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51.9%(전문대는 55.6%)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대학 수능시험 응시자는 마냥 늘어 작년에는 전년보다 7만8000명 이상 급증한 63만8216명이나 됐다.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이 8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이유다. 우리 사회에서 학연이 지연 혈연과 함께 뿌리 깊은 지대(rent)를 형성한 결과 대학졸업장이 출세를 위한 일종의 면허증처럼 돼버린 것이 기형적인 진학률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졸자의 완전고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성장률 1%는 대략 10만명의 고용을 창출한다고 한다. 지난해 일반대와 전문대를 합친 졸업자는 총 47만명이었다. 일자리를 이들에게만 준다고 해도 4.7%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기껏 4% 중반 정도다. 우리 경제가 대졸자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대학생이 과잉이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게다가 고급 인력의 유휴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또 얼마나 큰가. 대학졸업 때까지 들어갔던 교육비가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 세대는 학비를 대기 위해 노후를 준비할 겨를도 없다. 재앙도 이런 재앙이 없는 것이다.
고졸자 채용 확대가 얼마나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낙관적인 전망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당장 MB정부가 미는 고졸자 우대 인사정책도 내년까지는 계속될 수 있겠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학력을 기득권으로 간주하는 잘못된 관행이 하루아침에 해소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여상이 피우는 불씨를 살려가야 한다. 전문계 고교조차 대학 진학반이 취업반보다 7 대 3의 비율로 많은 현실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인력을 어떻게 양성하고 배치할지를 전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대학을 왜 가고 대학은 어째서 존재해야 하는지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해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