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가 종합예술인지라 오페라 단장의 머리도 종합적으로 아프네요. 취임 후 첫 작품으로 '가면무도회'를 올리는 설렘보다 앞으로 오페라단이 뿌리내릴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더 시급합니다"

김의준 국립오페라단장(61 · 사진)의 말이다. 그는 취임 후 처음으로 내달 13일부터 나흘간 올리는 오페라 작품에 대한 부담보다 조직의 시스템 정비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내년 50주년을 맞는 국립오페라단 역사상 그가 첫 비예술인 출신 예술감독이기 때문이다. 음악가가 예술감독을 맡아온 관행에서 벗어난 것.

지난달 임명된 그는 "오페라단 수장으로서 작품이 우선이지만 만드는 이가 행복해야 관객도 감동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조직 내부의 분위기 쇄신은 물론 그동안 국립오페라단과 소통하지 못했던 훌륭한 성악가,지휘자,연출가들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듣느라 지난 두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영문과를 나와 1984년부터 예술의전당에서 근무한 그는 1996년부터 작년까지 LG아트센터 대표를 지내며 아시아태평양공연장연합회 부회장을 맡는 등 공연 문화계에 오랫동안 몸담아왔다. 15년 동안 LG아트센터 대표로 재직하면서 초대권 전면 폐지와 연간 프로그램 예고제 등을 시행하며 공연계에 새 바람도 불어넣었다.

그는 "국립오페라단의 2012년과 2013년 프로그램을 연초에 직원들과 관객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획 기능을 되살리고 대관 일정도 정교하게 짤 것"이라며 시스템 개편의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국립오페라단에는 지금 용병이 필요합니다. 지난 자료들을 보니 1년도 지나지 않아 들고나는 사람들이 많고,연봉 체계도 들쭉날쭉이더군요. 문화와 예술을 기획하는 사람들은 믿음과 교감으로 장기간 호흡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니 조직의 뿌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죠.외부에 있는 유능한 예술가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작품 활동을 해나가면서 조직의 밑바탕을 확실히 다질 생각입니다. "

그가 취임 후 직원들에게 한 첫마디는 "힘들고 뜨겁고 어려운 것이 있으면 다 나에게 내놓으라"는 것과 "오페라단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당신들과 국민"이라는 것이었다.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어려워하는 일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데 힘쓰겠다는 그는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에 가입한 민간오페라단과 공연 관련 단체만 100여개가 넘는데 국립오페라단은 민간오페라단과의 교류에도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2013년은 위대한 작곡가 바그너와 베르디가 탄생 2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지금도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신선하고 알찬 기획으로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